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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행불자 유전자 분석…광주시, 마지막 가족 찾기에 나서다

서대원 기자 | 2025.05.25 | 조회 17

290기 이상 무연고 유해와 유가족 DNA 정밀 비교…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의 과학적 전기

광주광역시는 2025년 5월 25일, 5·18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된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분석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광주광역시 5·18민주화운동 정신계승 기본조례’ 제52조에 따라 시행되며, 현재까지 확보된 290기 이상의 무연고 유해 DNA를 기반으로 유가족 유전자 정보와의 정밀 비교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STR 방식과 SNP 분석 기법이 병행 적용되어 정확도를 높인다. 광주시는 2001년 이후 지금까지 총 9명의 신원을 확인했으며, 올해는 8차 보상금 신청자 가족 등 희망 유가족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상시 접수할 계획이다.

광주광역시는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과 유가족의 아픔 치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이 사업은 행방불명자에 대한 공식적이고 과학적인 확인 절차로, 역사적 진실을 밝혀내는 데 필요한 핵심 수단으로 기능한다. ‘광주광역시 5·18민주화운동 정신계승 기본조례’ 제52조에 근거해 추진되는 이번 유전자 분석 사업은 단순한 과학 기술의 활용을 넘어, 과거 국가폭력으로 인한 피해자의 존엄을 회복하고 유가족의 권리를 복원하는 실질적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광주시는 현재까지 총 7차례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6명의 신원을 확인해냈고,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국가기관인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3명의 추가 신원을 밝혀내 총 9명의 행불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는 오랜 시간 이어진 진상규명 노력의 성과이며, 과거 국가가 은폐해온 폭력의 실체를 드러낸 상징적인 사례다. 이번 사업은 여기에 더해 조사위원회가 암매장 제보 현장에서 발굴한 19기를 포함, 총 290기 이상의 유해 DNA 정보 602건을 유가족 DNA와 대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과학적 기법 또한 고도화되었다. 기존의 STR(Short Tandem Repeat) 방식에 더해, 정밀도가 높고 다양한 인종 및 유전적 변이에 대응 가능한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분석 기법이 병행 적용된다. SNP 분석은 개인 간 유전적 차이를 단일 염기서열 수준에서 식별할 수 있어, STR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며 오차를 최소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는 유해 상태가 훼손된 경우에도 신원확인의 가능성을 높이는 결정적 기술적 진전으로 평가된다.

올해 유전자 분석 대상은 ‘5·18민주화운동 8차 보상금 신청자’ 가족을 포함해 신청을 희망하는 유가족 전반으로 확대된다. 유가족은 연말까지 광주시청이나 유전자 검사기관을 직접 방문해 혈액이나 구강상피세포를 제공하면 된다. 신청 절차는 간소화되었으며, 관련 문의는 광주시 5·18민주과 진상규명팀을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이는 과거 일부 유가족이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던 제도적 장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광주시 5·18민주과 정석희 과장은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민주화운동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 분이라도 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이번 사업이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인권과 정의 실현을 위한 지속적 국가 책임의 일환임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광주광역시가 추진하는 5·18 행방불명자 유전자 분석 사업은 과거사 진상규명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다. 과학기술의 정밀도 향상, 행정의 지속성, 피해자 중심 접근 방식이 결합된 이번 사업은 단순히 유해의 신원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 국가폭력의 책임을 다시 묻는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행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향후에는 분석 기법의 정교화와 함께, 유가족 데이터베이스의 확대, 유해 보관처 관리체계 개선, DNA 분석결과의 신속한 통보 절차 마련 등 후속 행정의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사업을 계기로 광주시는 ‘과거사와 인권’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유엔 및 국내외 인권단체와의 협력도 확대해 나갈 수 있다.

5·18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민주주의와 인권 수준을 점검하는 척도이며, 유전자 분석이라는 과학적 접근은 이 과거를 복원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마지막 한 명의 신원을 확인하는 그날까지, 광주시의 유전자 분석 사업은 ‘기억의 정의’를 향한 끝없는 여정의 한 축으로 기능할 것이다.

서대원 기자 | aipen.dwse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