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는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해 2025년 5월 18일 오후 5시 18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내 민주의 종각에서 ‘민주의 종 타종식’을 거행했다. 이 자리에는 강기정 광주시장을 비롯해 광주시의회, 교육청, 정당, 5·18 관련 단체 관계자, 그리고 사회적 참사 유가족과 국내외 인권활동가 등이 대거 참석했다. 총 33회의 타종은 광주의 오월정신이 한국을 넘어 세계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임을 재확인하는 의식이었다.
민주의 종 타종은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성과 사회적 연대를 현재적 맥락에서 기념하는 상징적 의례로 자리 잡았다. 2005년 5·18민주광장에 건립된 ‘민주의 종’은 임진왜란, 의병항쟁, 광주학생운동, 5·18 등 광주정신의 역사적 연속성을 기리기 위한 상징물로, 매년 5월 18일에 타종식이 진행된다. 올해는 특히 45주년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다양한 사회적 목소리를 아우르는 확장된 추모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올해 민주의 종 타종식은 더욱 뜻깊다”며, 5·18정신이 국내를 넘어 세계와 소통하는 보편적 가치를 획득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12·3 비상계엄 관련 기억공동체의 형성, 그리고 사회적 참사의 아픔이 교차하는 이 자리는, 1980년 5월 광주의 의미를 오늘의 민주주의로 잇는 가교다”고 말했다.
올해 타종식에는 유난히 다양한 인사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4·16 세월호 참사, 6·9 학동 붕괴사고, 1·11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10·29 이태원 참사,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착륙사고 등에서 희생된 이들의 유가족 대표들이 초청되었고, 비상계엄 무효선언 연석회의에 참여했던 인사들도 함께했다. 이는 5·18정신이 단지 과거의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구조적 참사와 국가책임의 문제에 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국인 참가자의 존재 또한 이번 타종식의 상징성을 더욱 확장시켰다. 5·18 당시 윤상원 열사의 기자회견을 통역하며 국제사회에 광주의 실상을 전달한 데이비드 리 돌린저, 여성 시민군으로 참여했던 임영희 씨, 그리고 광주인권상 수상자인 인도네시아 ‘아시아 정의와 권리’의 갈루 수자트모코 상임이사가 함께 종을 울렸다. 이들의 참여는 광주정신이 단지 지역적·국가적 가치에 머물지 않고, 국제적 민주주의 연대의 거점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타종은 오후 5시 18분 정각, 총 33회에 걸쳐 이뤄졌다. 이는 1980년 5·18 당시 전개된 시민항쟁의 의지와 희생을 상징함과 동시에, ‘33인 민족대표’에서 기원하는 민주의 원칙, 자유, 인권에 대한 역사적 계승을 상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민주의 종 타종식은 형식적 기념을 넘어서, 민주주의의 지속성과 확장성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시민사회와 공공영역이 공유하는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올해 초 12·3 비상계엄 문제가 공론화되고, 헌정질서와 시민권 보호의 관점에서 과거 국가권력의 행위가 재조명되는 가운데, 타종식은 민주주의가 여전히 투쟁과 연대의 결과물임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광주시는 5·18을 단지 기념일로 봉인하지 않고, 민주·인권·평화라는 가치 아래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 지역 간 불균형 해소라는 실천적 과제를 함께 엮어내고 있다. 과거의 희생과 현재의 사회적 고통이 동시적 맥락에서 만나는 행사로 타종식을 구성함으로써, 광주는 자신이 지닌 역사적 자산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전체의 도덕적 중심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이번 타종식은 민주주의 기념의식을 단순한 과거 회상에서 벗어나, 실천적 의미를 부여하고 시대적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광주시의 행보는 지역을 넘어 국가 단위의 민주주의 거버넌스 강화, 사회적 책임의 제도화, 그리고 역사적 기억의 제도적 승계라는 측면에서 정책적 파급력을 지닌다.
향후 민주의 종 타종식은 더 많은 국내외 민주주의 운동가, 참사 피해자와의 연대를 기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5·18진상규명위원회 활동, 12·3 비상계엄 사건의 국회 차원 대응, 민주인권기념관 설립 등과의 연계가 강화되면서, 5·18정신은 제도적·상징적·실천적 층위에서 더욱 입체적으로 계승될 전망이다.
결국, 광주가 타종한 33번의 종소리는 단지 추모의 울림이 아니라,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민주주의의 위기와 책임,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연대의 약속으로 울려 퍼졌다고 할 수 있다. 5·18이 더 이상 과거의 사건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민주주의로 확장되기 위해, 이러한 기념 의례의 공적 의의는 지속적으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5·18민주광장에서 울린 33번의 종소리…광주는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기원했다
서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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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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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8일 오후 5시18분, 사회적 참사 유가족?국내외 인권활동가 등과 함께 ‘민주의 종’ 타종
출처: 광주광역시
서대원 기자 | aipen.dwse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