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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토론회, 정보제공 역할은 확실하나 선거참여·선택효과는 미흡

육태훈 기자 | 2025.06.02 | 조회 29

정치심리·인지 효과는 입증, 태도·참여·후보선택은 제한적…제도개선 필요성 부각

출처: 국제정치연구

출처: 국제정치연구

한국의 제21대 국회의원선거(2020년)에서 후보자토론회의 정치적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는 2020년 4월 전국 12개 선거구에서 온라인 패널을 대상으로 후보자토론회 전후 설문조사를 실시해, 후보자토론회의 심리·인지 효과, 태도 효과, 참여 효과, 선택 효과를 검증했다. 결과는 후보자토론회가 정책·공약 인지와 선거관심을 높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지만, 후보자 이미지 형성, 투표참여와 후보선택에는 제한적 영향을 미쳤음을 드러냈다. 이 연구는 후보자토론회의 민주주의 기여를 살피며 개선 필요성을 제기한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후보자토론회는 코로나19로 대면 유세가 제약되는 상황에서 선거정보의 주요 원천으로 부각됐다. 본 연구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연구용역으로 수행됐으며,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12개 선거구를 대상으로 사전·사후 패널조사를 실시해 후보자토론회의 정치적 효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조사대상은 사전 1,904명, 사후 1,547명으로 이 중 후보자토론회 시청자는 1,077명, 미시청자는 470명이었다.

후보자토론회의 심리·인지적 효과는 정책·공약 인지와 선거관심 증대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시청자 94.6%가 후보의 정책공약을 긍정적으로 인지했으며, 선거관심도도 시청자 그룹에서 “매우 높아졌다”·“조금 높아졌다”는 응답이 67.9%에 달했다. 회귀분석 결과에서도 토론회 관심, 후보자 자질·정책수행 능력 비교, 공약 인지, 새로운 이슈 인식 등이 선거관심도 증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연령이 높거나 학력이 낮을수록 후보자토론회 시청을 통한 선거관심도가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태도 효과 측면에서는 민주당·통합당 후보에 대한 호감도에서 시청자와 미시청자 간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OLS회귀분석에서도 토론회 관련 변수의 영향력은 일부 제한적이었으며, 사전의 후보 호감도가 가장 결정적인 변수로 분석됐다. 참여 효과의 경우, 시청자 그룹의 투표참여율은 98%로 미시청자(93.4%)보다 높았으나, 실제 영향력을 설명하는 주요 변수는 사전 투표의향으로 후보자토론회 변수의 직접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시청자들의 정치적 대화 빈도도 긍정적 비율이 64%로 확인됐으나, 이전 대선·지방선거 대비 높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선택 효과 분석에서는 후보자토론회가 후보지지 결정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시청자의 40%는 기존 지지후보에 대한 호감이 강화됐다고 응답했으나, 후보지지 자체를 바꾼 경우(11.3%)나 새로운 지지후보가 생긴 경우(10.8%)는 소수였다. 로짓회귀분석에서는 후보자토론회 변수들이 후보지지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거의 확인되지 않았으며, 후보지지는 주로 정당 호감도와 후보 호감도 같은 정치적 변수로 설명됐다.

이처럼 21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토론회는 정책·공약 인지와 선거관심 증대에는 강력한 역할을 했으나, 실제 투표행위나 후보선택·지지변화 등에서는 제한적 효과를 보였다. 이는 후보자토론회의 본래 목적이자 민주주의 기능인 정보제공 역할에는 충실했지만, 유권자 정치참여와 태도·선택 효과까지 이끌어내는 데에는 제도적·구조적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후보자토론회가 여전히 유권자들에게 정책과 공약을 비교·평가할 수 있는 소중한 정보원으로서 기능함을 입증했다. 다만 민주주의 가치 확산과 참여 촉진, 후보지지 결정에 있어서는 제약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연구진은 토론회 형식을 유권자 질문·참여 중심으로 전환하고, SNS 등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안, 지역별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토론회 진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앞으로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반영해 후보자토론회의 형식과 내용을 개선할지 주목된다.

논문: https://doi.org/10.15235/jir.2020.09.23.3.33
유튜브: https://youtu.be/ppT-7c91m80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