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사회에 급격히 확산된 극우 담론은 단순한 일시적 반응이 아닌 구조적이고 심층적인 심리·정치적 요소에 기인한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선경 고려대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극우세력의 부상은 향수적 박탈감보다는 피해자의식과 박정희 권위주의에 대한 향수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정치심리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 극우의 개념화와 실증적 검증을 시도했다.
12·3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중대한 시험대였다. 당시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과 조기대선이라는 절차적 질서가 위기를 수습했지만, 광장에 분열된 민심과 동시에 떠오른 극우 담론은 사회 전체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이 연구는 이러한 극우세력의 대두가 단순한 반작용이나 우발적 현상이 아니라, 오랫동안 누적된 심리적 동력과 정치적 배경에서 비롯된 결과임을 밝히고자 한다.
극우에 대한 이 연구의 정의는 비교정치적 시각을 반영한 세 가지 핵심요소로 구성된다. 첫째는 민주주의 원리의 부정, 둘째는 권위주의적 태도, 셋째는 북한·중국·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다. 이는 유럽 극우정당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토착주의 및 외집단 배제와 유사한 개념으로, 한국에서는 반공이념에 뿌리를 둔 혐오와 성소수자 혐오가 두드러진다고 분석된다. 실제로 극우 유튜브 채널에서는 “북한 척결”, “중국 공산당 음모”, “성 혁명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한다”는 표현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이 연구는 또한 극우성향을 촉진하는 심리적 요인으로 세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첫째는 향수적 박탈감이다. 이는 과거 내집단이 누리던 지위를 상실했다고 느끼는 정서다. 둘째는 피해자의식으로, 개인이 사회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끼는 심리다. 셋째는 권위주의 향수이며, 이는 박정희 정권에 대한 미화와 긍정적 기억에 기반한다. 이 연구는 이러한 요인을 실증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2025년 2월부터 8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진행된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했다. 설문조사 항목은 민주주의 원리 수용, 우파권위주의, 외집단 혐오(북한·중국·성소수자), 정치폭력 정당화 등으로 구성되었고, 이를 통해 극우성향을 지표화했다.
실증분석 결과, 향수적 박탈감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피해자의식과 박정희 향수는 극우성향을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드러났다. 특히 피해자의식은 급진우파와 극단우파 모두에서 강한 설명력을 보였다. 예컨대 “이 시스템은 나 같은 사람에게 불리하게 작동한다”는 항목에 동의한 응답자일수록 극우적 경향이 높았다. 또한 박정희 향수는 “그 시절이 좋았다”, “행복한 기억이 많다”는 항목에 긍정 응답할수록 극우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보였다.
극우성향은 남성에게서 더 높게 나타났고, 연령이 많을수록 증가했으나 연령이 높아질수록 남성 간의 극우성향 차이는 줄어들었다. 이는 청년 남성이 중장년층보다 상대적으로 극우성향을 강하게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성향은 성차별주의와도 관련이 깊었다. "오늘날 여성차별은 더 이상 문제 아니다" 또는 "남성이 오히려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항목에 동의한 응답자들은 극우성향 점수가 높았다.
정당지지와 정치적 분파주의도 극우성향에 영향을 미쳤다. 국민의힘 지지자는 민주당 지지자에 비해 극우성향을 더 가질 확률이 높았고,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혐오 감정을 지닌 응답자도 마찬가지였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부정선거론이다. “중국이 선거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 동의한 응답자일수록 극우성향이 높았다. 이는 극우 담론이 정치적 음모론과 결합하며 확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폭력에 대한 정당화 여부를 기준으로 나눈 극단우파와 급진우파 간의 차이는 실질적으로 크지 않았다. 정치폭력에 대한 용인을 기준으로 한 응답 패턴에서도, 응답자의 약 10%는 ‘보통’이라고 답해 간접적 정당화 태도를 보였다. 이는 극단우파와 급진우파의 경계가 현실에서는 흐릿하며, 유사한 심리·정서적 기반 위에서 동일한 정치적 태도로 연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는 향수적 박탈감보다는 피해자의식과 권위주의 향수가 현재 한국 극우의 핵심 동력임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이를 통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의 극우세력 등장은 단순한 일시적 반작용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심리적 기반 위에 놓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치엘리트의 동원과 극우 유튜브 담론의 확산이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 민주주의는 보다 정교한 대응 전략을 필요로 한다. 특히 개인적 피해의식이 내집단 정체성과 결합할 경우, 극우적 태도는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예방적 접근과 정치적 리터러시 향상이 절실하다.
논문: https://doi.org/10.52594/jcp.2025.12.18.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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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이후 드러난 ‘극우의 민낯’… 피해자의식과 권위주의 향수가 뿌리
엄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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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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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반작용 아니다”…박정희 향수·사회적 피해의식이 한국 극우성향 확산에 영향
출처: 현대정치연구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