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30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양국 간 실질 협력 및 국제사회 공동 대응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다. 이번 회담은 한 달 전 이 대통령의 방일에 이은 셔틀외교의 상호 실현으로, 양 정상은 ‘공통 사회문제 협의체’ 출범, 과학기술 협력위원회 재개, 북핵 문제 공조, 문화 교류 확대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실무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국빈급 의전을 제공한 이번 회담은 양국 관계의 상징적 전환점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번 부산 회담을 통해 양국 간 셔틀외교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랐음을 선언했다. 이는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에 이어 불과 한 달 만에 이루어진 상호 방문으로, 양국 간 정례적 고위급 소통 구조가 구축되었음을 상징한다. 두 정상은 한일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하며, 셔틀외교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양국의 소통과 협력을 심화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번 회담의 핵심 성과 중 하나는 한일 ‘공통 사회문제 협의체’의 출범이다. 이 협의체는 양국이 직면한 고령화, 저출산, 에너지 전환 등 구조적 사회과제를 공동으로 진단하고, 정책 대응을 협력하는 데 목적을 둔다. 공동발표문을 통해 향후 정례적 회의체 운영과 부처 간 실무협의 활성화에 합의한 것은 양국 관계가 경제·안보를 넘어 사회정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양국은 2009년 이후 중단된 ‘한일 과학기술협력위원회’를 16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 기반 공동연구, 탄소중립 기술 개발, 우주·양자정보기술 등 첨단 분야에서 양국의 기술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틀이 복원될 예정이다. 정상회담 이후 9월 한 달간 이어진 국방장관회담(9.8.), 경제안보대화(9.10.), 재무차관회의(9.15.) 등도 양국 협력의 실무 이행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회담 중 과거사를 직시하되 미래를 향한 협력을 강조하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특히 이시바 총리가 유엔 연설에서 밝힌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밝은 미래를 마주할 수 없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양국이 공유할 수 있는 역사 인식을 토대로 실질 협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시바 총리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상호 이해와 존중의 틀 안에서 양국 간 신뢰를 축적해 나가자는 데에 뜻을 같이했다.
안보 이슈로는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가 논의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긴장 완화 노력과 신뢰 구축 정책을 설명하고 일본 측의 협력을 요청했다. 이에 양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이라는 공동의 목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북핵 문제에 대한 실질적 공조 방안과 정보 공유 확대, 국제 제재의 일관된 유지 등이 향후 양국 안보당국 간 협의 주제로 이어질 전망이다.
경제 및 지정학 이슈에 있어서도 양국은 ‘공동 대응의 필요성’에 뜻을 모았다. 특히 공급망 재편, 반도체 산업 경쟁, 북극항로 개발과 같은 글로벌 현안에서 한국과 일본이 유사한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북극항로 협력 등 새로운 분야에서도 논의의 지평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양국이 단순 양자 관계를 넘어 글로벌 협력 파트너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된 의전 및 만찬도 상징적 연출이 돋보였다. 이시바 총리 내외가 누리마루에 입장할 때,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현한 취타대와 전통 의장대가 맞이했다. 실무 방문임에도 국빈에 준하는 예우를 제공한 대목으로, 한일 간 외교 관계 복원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두 정상은 십이장생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누리마루 내부를 둘러보았고, 회담 종료 후에는 인근 산책을 함께 하며 비공식적 소통도 이어갔다.
만찬은 상호 존중과 문화 교류를 중심에 둔 정성스러운 구성으로 준비되었다. 첫 메뉴로는 이시바 총리의 고향인 돗토리현 대게와 가평 햇잣을 활용한 냉채가 제공되었으며, 민어와 오골계를 사용한 전통 보양식, 두부 치쿠와와 부산식 어묵튀김의 융합 요리, 자연송이와 전복찜 등 한국과 일본의 식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후식으로는 한국 옥광밤 디저트와 일본 모찌, 메밀차가 나왔고, 건배주로는 우리 막걸리, 만찬주는 한일 부부가 만든 부르고뉴산 와인과 경주법주가 제공되었다. 전시된 조선통신사 유물과 해설은 국립중앙박물관 유홍준 관장이 맡아 문화적 맥락을 더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금색 포인트의 넥타이를 착용해 상대국과의 관계를 귀하게 여긴다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전달했으며, 김혜경 여사가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 점에 대해 이시바 총리에게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정중한 예우 속에서 진행된 이번 회담은 양국 정상이 모두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동일한 인식을 공유하며, 한일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계기가 되었다.
이번 부산 정상회담은 셔틀외교의 제도화, 공통 사회문제 협의체 출범, 과학기술 협력 복원 등 실질 협력의 분기점을 형성하며, 한일관계가 과거사와 안보 이슈를 넘어 협력의 다층적 프레임을 갖추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향후 양국 간 정례적 협의체 운영과 실무 차원의 협력 강화가 예고되는 가운데, 이번 회담에서 논의된 의제들이 각 부처와 국회 차원에서 어떻게 후속 입법 및 정책화될 것인지가 향후 관건이 될 것이다. 특히 ‘공통 사회문제 협의체’의 법제화 여부, 북핵 대응을 위한 정보 공유 체계의 제도화, 과학기술 공동연구 지원 예산의 반영 등이 국정과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일본이 ‘이웃이자 글로벌 파트너’라는 인식을 공고히 하는 가운데, 셔틀외교가 형식적 교류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과 법안의 실효적 추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일 정상, 부산 회담서 ‘셔틀외교 완성’ 선언…공통사회문제 협의체 출범 합의
박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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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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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시바 총리, 과거 직시 속 미래지향 협력 강조…북핵·경제안보 등 다층적 논의
박혜신 기자 | aipen.hyes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