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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권자, 민주주의 훼손 정치인에 관대해지는 이유는?

엄기홍 기자 | 2025.04.24 | 조회 35

정당 일체감과 감정적 양극화가 유권자의 처벌 의지를 약화시킨다는 연구 결과

한국 유권자, 민주주의 훼손 정치인에 관대해지는 이유는?

출처: Democratization

한국 유권자들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 정치인을 일반적으로 제재하는 경향이 있으나, 해당 정치인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속할 경우 그 제재 의지는 현저히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학교 김남규 교수와 밴더빌트대학교 송승호 연구원은 공동 연구를 통해, 정당 일체감과 감정적 양극화가 이러한 행태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2022년 12월 실시된 설문 기반 결합형 실험(conjoint experiment)을 바탕으로 한국 유권자 1,400명의 응답을 통해 수행됐다.

이번 연구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제기된 민주주의 후퇴 우려와 관련하여 유권자 수준에서의 책임성 메커니즘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사례다. 특히 2008~2016년 보수정부 시기 후퇴했던 민주주의 지수가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회복세를 보이다가, 이후 양극화와 제도적 신뢰 하락으로 다시금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국제 평가를 바탕으로 한다.

연구진은 한국의 주요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가상 대선 후보 프로필을 구성하고,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의 특정 속성-예를 들어 선거 공정성 위반, 사법부 불복, 야당 무시 등-에 따라 누구를 선택할지를 물었다. 이 중 가장 강력한 제재를 유도한 행위는 "선거 홍보물 내 허위 정보 삽입"으로, 선택 확률이 15%p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자당 후보의 위법 행위에는 선택 확률 감소폭이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반대하는 정당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클수록 이중잣대 현상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유권자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처벌 강도가 달라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자유민주주의 원칙(사법 독립, 야당 존중 등)을 중시하는 유권자는 위반 행위에 대해 더 강하게 반응했으나, 다수결 중심의 민주주의 인식을 가진 유권자는 상대적으로 관대했다. 이는 민주주의 개념에 대한 인식 차이가 실제 정치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기존의 제도 중심적 민주주의 논의에서 벗어나, 유권자의 수요 측면에서 민주주의 후퇴 현상을 분석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Graham과 Svolik, Saikkonen과 Christensen의 미국 및 유럽 사례와 유사한 결과를 도출하며, 한국 정치에서도 이른바 '정당 편향 이중잣대'가 존재함을 실증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 유권자의 민주주의 의식이 정치적 소속감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정당 간 감정적 대립이 고조될수록 제도적 견제와 감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극화 완화와 민주주의 교육 확대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뒤따른다. 연구진은 앞으로 유권자의 민주주의 개념 형성 과정, 정당 지지 변화와의 관계 등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논문: https://doi.org/10.1080/13510347.2024.2436016
유튜브: https://youtu.be/XWJ1ib2YkHA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