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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인도네시아 원조, 수원국 정부 신뢰에는 ‘중립적’… 도너국 이미지엔 긍정적 효과

엄기홍 기자 | 2025.04.24 | 조회 23

보건·교육 원조는 한국 이미지 향상, 에너지 원조는 자국 정부 신뢰에 미세한 긍정 효과

한국의 대인도네시아 원조, 수원국 정부 신뢰에는 ‘중립적’… 도너국 이미지엔 긍정적 효과

출처: International Politics

한국의 대외개발원조(ODA)가 수원국 국민의 도너국 인식과 자국 정부에 대한 신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한 논문이 국제정치학 학술지 International Politics에 2024년 게재됐다. 신재혁 고려대 교수 등 연구진은 2021년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온라인 실험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 도너국에 대한 이미지는 개선된 반면, 수원국 정부 신뢰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는 대외 원조의 ‘소프트 파워’ 효과를 정책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

한국은 2020년 기준 약 24억 달러 규모의 공적개발원조를 전 세계 124개국에 제공하였으며, 이 중 인도네시아는 4,650만 달러로 10위권 수원국이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의 주요 국가로, 한국의 신남방정책의 중점 대상국이기도 하다. 본 연구는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의 보건·교육·에너지 분야 ODA가 수원국 국민의 대외 인식 및 자국 정부 정당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연구진은 인도네시아 34개 주에서 총 2,445명의 응답자를 모집해 무작위로 네 집단(통제, 보건, 교육, 에너지)에 할당하고, 각각 한국의 원조 소식을 담은 뉴스 형식의 정보(실제 기사 기반)를 제시했다. 이후 도너국에 대한 태도 및 자국 정치 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측정하였다.

실험 결과, 보건 및 교육 분야 원조는 한국에 대한 인식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교적 파트너십 강화', '상호 이익 가능성' 등의 항목에서 높은 호응을 보였다. 반면, 인도네시아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전체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원조 분야별 비교 시 교육과 에너지 프로젝트는 보건 분야에 비해 다소 긍정적인 경향이 있었고, 특히 에너지 원조는 국회와 국가정부에 대한 신뢰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해당 결과가 외교적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서의 원조의 효용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보건 원조는 기대와 달리 수원국 정부 무능 인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정책 설계 시 수혜국 내 인식 구조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비교사례로 미국의 대방글라데시 교육 원조(2017), 캐나다의 대인도 보건 원조(2015) 등도 동일한 효과-즉, 도너국 이미지 개선에는 기여하나 수원국 정부 정당성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결과-를 보인 바 있다. 이는 신흥 도너국인 한국의 사례에도 유사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정책 일반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도너국이 원조를 외교 전략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준다. 향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기획재정부 ODA 정책 조정회의 등에서 분야별 원조 설계 시 해당 연구결과를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적개발원조법 개정 논의에서 ‘원조 성과의 대외 인식 효과’와 ‘수원국 내 제도 신뢰와의 상호작용’이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될 여지가 있다. ODA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외교적 자산으로 작동하려면, 수원국 상황에 따른 맞춤형 접근과 정보 전달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논문: https://doi.org/10.1057/s41311-023-00497-x
유튜브: https://youtu.be/SFpBYtr6fEE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