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실시된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는 사전투표율 26.7%라는 당시 최고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사전투표가 실제로 감염을 우려한 유권자를 새롭게 동원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이 연구는 개인 수준 설문자료와 선거구별 감염 데이터를 결합해 사전투표의 동원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2020년 4월 15일 실시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는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을 선언한 직후 치러진 대규모 전국 단위 선거였다. 정부는 투표소 밀집을 완화하기 위해 사전투표를 강하게 권고했고, 실제로 사전투표율은 26.7%로 2013년 제도 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은 직관적으로 보면 감염을 우려한 유권자들이 본투표 대신 사전투표를 선택했기 때문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연구들은 평상시 사전투표가 투표율을 크게 높이지 못한다고 보고해왔다. 이 연구는 과연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에서도 같은 결론이 유지되는지를 묻는다.
이 연구는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와 한국선거학회가 실시한 2020년 국회의원선거 조사(1,200명)를 활용하고, 질병관리청이 제공한 시·군 단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를 선거구 단위 감염률로 환산해 결합했다. 종속변수는 기권, 사전투표, 선거일투표의 세 범주로 구성되며, 분석에는 다항로짓모형이 사용되었다. 핵심 독립변수는 선거구별 감염률의 로그값, 개인의 코로나19 우려 지수,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평가이다. 코로나19 우려는 감염 위험 인식, 감염 가능성 인식, 피해 경험, 스트레스 수준 등 네 문항을 주성분분석으로 통합해 구성되었다.
집계 수준에서 보면 2020년에는 사전투표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선거일 투표율이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기존 본투표 유권자가 사전투표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는 지역에서 오히려 사전투표율이 더 높은 패턴도 관찰되었다.
개인 수준 분석 결과는 더욱 명확하다. 첫째, 선거구 감염률은 기권 가능성이나 사전투표 선택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는 감염 위험의 객관적 수준이 투표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둘째, 개인의 코로나19 우려 수준 역시 기권 확률을 유의하게 높이지 않았다. 오히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높을수록 사전투표를 선택할 확률이 약하게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우려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통해 동원되었다는 가설을 지지하지 않는다.
셋째, 대통령 직무수행을 ‘매우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그렇지 않은 응답자에 비해 사전투표를 선택할 확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예측확률 기준으로 보면 강한 긍정평가 집단의 사전투표 확률은 약 0.42 수준으로, 부정적 또는 중간 평가 집단(약 0.3)보다 높았다. 넷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높게 평가할수록 사전투표 확률이 증가했다. 대응 평가가 0에서 10으로 증가할 때 사전투표 예측확률은 약 0.22에서 0.35로 상승했다. 반면 이러한 평가는 기권 여부에는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사전투표가 팬데믹 상황에서도 새로운 유권자를 동원했다기보다는, 기존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았던 정부 지지층의 참여 시점을 앞당긴 효과에 가깝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즉 사전투표는 총투표율을 높이기보다는 투표 시점을 재배치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이 연구는 사전투표의 정책적 의미를 재평가하게 한다. 사전투표는 공중보건 위험을 분산하는 데에는 분명 기여했다. 실제로 선거 이후 선거 관련 신규 확진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투표율 제고라는 측면에서는 제한적 효과만을 보였다. 또한 설문에 정부 권고에 대한 인지나 순응 의지를 직접 측정하는 문항이 없다는 점은 내생성 문제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한계로 지적된다.
결론적으로 팬데믹은 투표 비용을 상승시켰지만, 그 비용을 완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자동적으로 참여 확대를 보장하지는 않았다. 위기 상황에서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제도 설계뿐 아니라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지지 기반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사전투표는 감염 위험을 분산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우려 유권자를 새롭게 동원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정책 효과는 참여 확대가 아닌 참여 시점 조정에 가까웠다.
📄 논문: https://doi.org/10.29152/KOIKS.2025.56.4.705
💬 정치학 읽기:
https://linktr.ee/aipen
팬데믹 속 사전투표, 정말 투표율을 높였는가
엄기홍 기자
|
2026.02.27
|
조회 11
2020년 총선을 통해 본 코로나19와 유권자 행동의 실증 분석
출처: Korea Observer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