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9일, 도널드 J.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H-1B 비자 프로그램의 구조적 남용이 미국인 노동자의 고용 기회를 박탈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특정 외국인 노동자의 입국을 제한하는 대통령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2025년 9월 21일부터 미국 외 국가에 거주하는 H-1B 신규 신청자는 원칙적으로 $100,000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입국이 가능해진다. 해당 조치는 12개월간 유효하며, 정부는 정책 연장 여부를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H-1B 비자는 미국 내 고숙련 외국인 노동자, 특히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분야의 인력 확보를 목적으로 설계된 비이민 단기 근로 비자이다. 그러나 이번 포고문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간 일부 기업들이 H-1B 프로그램을 활용해 미국인 노동자를 저임금 외국인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그 결과 미국 내 실업률 상승과 임금 하락, 기술인력의 유출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백악관의 인식이다.
포고문은 정보기술(IT) 업계의 비자 악용 사례를 특히 문제 삼고 있다. 2003년 전체 H-1B 신청 중 32%에 불과하던 IT 직군 비율은 최근 5개 회계연도 평균 65%를 상회했으며, 주요 수요자는 인력 아웃소싱 기업들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H-1B 신규 채용을 통해 일반 정규직 대비 평균 36% 낮은 임금으로 인력을 조달하고 있다는 분석도 인용됐다. 그 결과, 다수의 미국 기업들이 자체 IT 부서를 폐지하고, 미국인 직원을 해고한 뒤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하는 방식이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대졸자 구직난 역시 H-1B 비자 남용과 연계된 문제로 지목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2025년 현재 미국 내 22~27세 컴퓨터공학 및 컴퓨터과학 전공자의 실업률은 각각 6.1%, 7.5%로, 생물학·예술사 전공자의 두 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또 2019년 1.98%였던 전체 컴퓨터 직군의 실업률은 2025년 들어 3.02%로 급등했다. 이는 외국인 인력 수입으로 인해 국내 인력의 고용 기회가 축소된 결과로 해석된다.
포고문은 실제 사례도 제시했다. 2025 회계연도에만 5,000건 이상의 H-1B 승인 기록이 있는 한 소프트웨어 회사는 같은 시기에 15,000명 이상의 미국인 직원을 해고했으며, 또 다른 IT 기업은 오리건 주에서 2,400명을 해고한 동시에 1,700건 가까운 H-1B 비자를 승인받았다. 2022년 이후 27,000명 이상을 감원한 한 대기업 역시 같은 기간 동안 25,000건 이상의 H-1B 신청을 승인받은 바 있다. 이처럼 외국인 인력이 미국 내 인력 대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대통령의 정책 판단에 있어 핵심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고당한 미국인 노동자가 자신을 대체할 외국인 인력을 직접 교육시켜야 했으며, 이에 대한 내용 비공개 계약서에 서명해야만 퇴직금이 지급됐다는 사례는 H-1B 제도가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운영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본 제도가 더 이상 ‘고숙련 인력이 부족한 경우’에 한해 활용되는 제도가 아니며, 저임금 구조 유지를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포고문에 따르면, 새로운 입국 제한 조치는 2025년 9월 21일 오전 12시 1분(EDT)부터 발효되며, 미국 외 지역에 거주하며 H-1B 비자로 입국하고자 하는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100,000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 조치는 12개월간 유효하며, 단 외교·국방 등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에 한해 국토안보부 장관이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 또한 미국 국무부는 2026년 10월 1일 이전 입국 예정자인 H-1B 승인자의 B 비자 남용 가능성에 대해 사전 지침을 발행하도록 지시받았다.
입국 제한뿐 아니라, 본 포고문은 H-1B 관련 제도 전반에 대한 구조 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노동부 장관은 현행 ‘Prevailing Wage Level(통상임금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국토안보부는 고임금·고숙련 인력 중심으로 비자 발급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즉, 단순히 임시 입국 제한에 그치지 않고 제도의 방향 자체를 전환하는 종합 개혁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이번 포고문은 외국인 노동자 비자 제도의 공공성과 공정성, 국가 안보와 경제적 자립성이라는 여러 지점을 교차하며 제기된 복합적 위기 인식의 결과물이다. 특히, 일부 H-1B 남용 기업들이 비자 발급 과정에서 자금세탁, 허위서류 제출, 불법 인력유치 등으로 법 집행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도 국가 안보와 관련된 위험 요인으로 제시됐다. 대통령은 이러한 법적 남용이 STEM 분야에서 미국인의 직업 선택을 저해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판단한 것이다.
H-1B 프로그램에 대한 이번 대통령 포고문은 미국 노동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외국인 숙련인력의 유입을 제한하는 강경한 조치로 평가된다. 특히 STEM 분야와 IT 업계를 겨냥한 이번 제한은 기술 기반 산업 전반에 중장기적인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100,000의 입국 부담금이 실제로 고급 인력 유치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외국 인력에 의존해온 대기업들의 반발과 법적 대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12개월간의 시행 결과와, 내년 초 예고된 ‘입국 제한 연장 여부 검토’ 절차에서 이 정책이 지속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나아가 202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민 및 노동정책이 다시금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H-1B 비자 외국인 노동자 입국 제한…“미국인 일자리 보호” 선언
박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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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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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악용, 해고·대체 구조 지적…STEM 직군 중심 규제와 $10만 부담금 도입
박혜신 기자 | aipen.hyes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