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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공화당 외교정책 공동발의의 정치학

엄기홍 기자 | 2025.09.10 | 조회 34

미국 의회 내 계파와 트럼프 대통령의 프레이밍이 법안 공동발의에 미친 영향 분석

출처: 국가전략

출처: 국가전략

2025년 1월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관세 인상, 이민 규제 강화 등 굵직한 외교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외교정책이 실질적으로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의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 연구는 제119대 미국 의회를 대상으로 공화당 의원들의 외교정책 공동발의 행태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미국-동맹국 협력, 무역-관세, 이민-국경이라는 세 영역별로 공화당 내 계파와 의원들의 정책 선호가 뚜렷이 달랐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프레이밍이 계파 간 갈등과 지지 정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

미국 외교정책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지만, 입법화 과정에서는 의회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과 동시에 행정명령을 통해 WHO 탈퇴, 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 국경 문제 대응을 신속히 추진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의회 입법이 병행되어야 한다. 실제로 WHO Withdrawal Act나 No taxpayer funding for UN Human Rights Council Act 등은 트럼프 행정부의 의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공화당 의원들이 발의한 사례였다. 이 연구는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난 공화당 의원들의 공동발의 양상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

공화당 내부는 주류 공화당연구위원회, 중도 성향의 메인스트리트파트너십, 극우 성향의 프리덤코커스 등 다양한 계파로 구성된다. 이들은 외교정책에서도 상이한 태도를 보여왔다. 분석 결과, 미국-동맹국 협력 이슈는 원래 분배적 성격이 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재분배 문제로 프레이밍해 ‘미국 시민의 세금이 외국 복지에 사용된다’는 인식을 강조했다. 이로 인해 프리덤코커스는 WHO Withdrawal Act와 같은 법안을 주도적으로 발의하며 공화당연구위원회, 메인스트리트파트너십과 갈등을 빚었다. 실제 통계 분석에서도 프리덤코커스 소속 여부가 WHO 탈퇴 관련 공동발의 참여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수로 확인되었다 .

반면 무역-관세 정책은 계파 갈등보다는 지역구 산업 구조에 따라 지지가 달라졌다. 제조업 기반 지역구 의원들은 관세 강화 법안에 적극적이었으나 농수산업 중심 지역구 의원들은 보복관세의 피해를 우려해 소극적이었다. Leveling the Playing Field 2.0 Act의 경우 메인스트리트파트너십 소속 의원들이 공동발의를 주도했으며, 프리덤코커스 의원들은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제조업 보호를 넘어 이민·안보 문제 해결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119대 의회에서는 지역구 요인보다 친트럼프 여부가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실제로 친트럼프 의원들은 농수산업 기반 지역구임에도 불구하고 관세 강화 법안에 공동발의로 참여하는 경향을 보였다 .

이민-국경 정책은 공화당 전반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분야였다. Laken Riley Act, REMAIN in Mexico Act와 같은 법안은 공화당 대부분의 의원이 계파를 막론하고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다만 내용의 강도에 따라 차이가 존재했다. 범죄를 저지른 미등록 이민자 구금을 규정한 Laken Riley Act는 공화당연구위원회가 주도했으나, 보다 강경한 REMAIN in Mexico Act는 프리덤코커스의 비중이 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남부 국경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민 규제를 임금 상승과 물가 안정과 연결시키며 정책 프레임을 강화하자, 계파 간 갈등은 약화되었다. 119대 의회에서는 모든 계파가 이민 규제 법안 공동발의에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

상원의 경우 계파 문화가 약해 대통령의 직접적 영향력이 낮았다. 무역-관세 법안에 대한 공동발의는 지역구 산업 구조가 주된 요인이었으며, 트럼프 지지 여부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반면 이민-국경 법안은 상원에서도 거의 모든 공화당 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해 폭넓은 지지가 확인되었다. 이는 하원과 달리 상원에서는 장기 임기와 높은 독립성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의 프레이밍 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하게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

이 연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공화당 의원들의 외교정책 공동발의 행태가 정책 영역별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미국-동맹국 협력은 극우 계파의 주도와 갈등을, 무역-관세는 지역구 이해관계와 친트럼프 변수의 결합을, 이민-국경은 광범위한 지지와 계파 갈등의 약화를 드러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프레이밍이 공화당 내부 역학을 재편하며 의회의 법안 공동발의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향후 미국 외교정책은 대통령의 단독 행위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의회의 계파 역학과 지역구 이해, 그리고 대통령과 의원 간 정치적 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 속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트럼프 2기 외교정책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의회 내 계파별 입장 변화와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프레이밍이 어떻게 교차할지를 지속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논문: https://doi.org/10.35390/sejong.31.3.202508.001
유튜브: https://youtu.be/GQ7DWeMbOI8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