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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로스앤젤레스에 해병대 배치… 연방-주 정부 충돌 격화

박혜신 기자 | 2025.06.10 | 조회 18

연방정부, 이민 단속 시위 진압 위해 주방위군 이어 해병대 투입… 법적·정치적 파장 커져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단속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에 해병대 700명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10일 밝혔다. 북부사령부는 이날 “해병대가 연방 재산과 인력을 보호하기 위해 배치된다”고 밝혔으나, 주정부와의 법적 충돌 및 긴장 고조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 동원 과정에서 합법적 절차를 무시했다며 헌법 위반으로 소송을 예고했다. 현지시간 월요일 오후까지 로스앤젤레스에서의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이었으나, 지난 주말부터 150명이 넘는 시위대가 체포되는 등 긴장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스앤젤레스에 주둔 중인 2000여 명의 주방위군에 이어 해병대 병력을 증강 배치함으로써, 연방정부가 직접 도시 치안 유지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같은 연방군 투입은 헌법상 민간인 통제 원칙 및 연방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미 연방법은 통상적으로 현역군을 국내 치안 임무에 투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대통령이 1807년 제정된 반란법(Insurrection Act)을 발동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해당 법을 발동하지 않은 상태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동원한 과정과 이번 해병대 배치가 주정부 권한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합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헌법을 위반해 주방위군을 연방화했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소송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폭도”, “반란자”로 규정하며 강경 진압 논리를 강화해왔다. 이러한 수사(修辭)는 군사력 사용의 명분을 만들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으며,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반란법을 근거로 현역군 투입을 준비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까지 로스앤젤레스의 시위는 비교적 평화롭게 이어지고 있다. 케런 배스 로스앤젤레스 시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도시 전체가 무질서에 빠진 것은 아니며, 일부 폭력 사태를 제외하면 대체로 평화적”이라고 밝혔다. 주말부터 이어진 시위로 인해 150명 이상이 체포됐으나, 시위 참가자 다수는 이민 단속을 규탄하며 연대를 표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지 경찰도 시위대와의 충돌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시위에서는 라틴계 이민자들과 그 후손들이 대거 참여해 ‘연대의 상징’을 드러냈다. 현지 언론은 주말 동안 시위대가 멕시코 국기 등 라틴 아메리카 국기를 흔들며 “우리는 미국 시민이자 이 땅의 구성원”이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외국 세력의 개입’처럼 묘사하며 시위대를 비국민으로 간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시위대 다수는 미국 시민권자로, 이민자 후손으로서의 뿌리를 자랑스럽게 표출하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한편, 로스앤젤레스 외의 다른 도시로도 긴장이 확산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지난 일요일 밤 150명이 넘는 시위대가 연대 시위로 체포됐으나, 이 중 대부분은 현장에서 곧바로 석방됐다. 뉴욕시에서도 시위대가 결집하는 움직임이 포착돼, 경찰은 대규모 시위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이번 전국적 시위의 기폭제로는 노조 지도자 데이비드 후에르타의 체포가 꼽히는데, 후에르타는 월요일 오후 법정에 출석해 5만 달러 보석금으로 석방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대응은 언론계에도 불똥을 튀겼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위를 취재 중이던 호주 9News의 기자 로렌 토마시는 경찰이 쏜 비살상 발사체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영상에는 그가 보도 중에 발사체에 맞는 순간이 고스란히 담겼으며, 언론인 보호를 위한 논란이 다시금 불거졌다. 언론 단체들은 정부의 시위 대응과 언론 자유 침해 여부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엄기홍 교수(경북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해병대 배치가 법적 정당성뿐만 아니라 정치적 파장도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과거 미 연방정부는 주방위군만으로도 시위 대응을 해왔으며, 해병대와 같은 현역군 투입은 극히 이례적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사태는 1807년 제정된 반란법의 역사적·정치적 쟁점을 다시금 부각시켰다. 연방법은 대통령에게 치안유지 목적의 군사 개입을 허용하되, 주정부의 요청이나 명백한 반란 발생 등 엄격한 요건을 요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란자’ 규정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사로 읽히지만, 실제로는 반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해병대 배치는 향후 헌법·연방법 논쟁의 핵심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소송이 본격화될 경우, 연방법원의 판단은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권한 충돌, 대통령의 군 동원권 한계, 시민권 보호 범위를 규정하는 판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로스앤젤레스를 넘어선 전국적 시위는 ‘이민 단속’을 둘러싼 사회·정치적 갈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과 질서 명분의 군사력 투입이 오히려 사회적 불안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헌정 가치와 법적 절차를 존중하는 전향적 결단을 내릴지를 주목하고 있다.

박혜신 기자 | aipen.hyes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