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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대중 무역전쟁, ‘신인 포퓰리즘’ 외교의 전환점

엄기홍 기자 | 2025.09.19 | 조회 52

정치 신인의 포퓰리즘이 미중관계 변곡점 만든 방식 분석

출처: Pacific Focus

출처: Pacific Focus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며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이 결정은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트럼프의 정치적 정체성과 전략이 반영된 외교적 전환이었다. 트럼프는 어떻게 제도권의 반발을 넘어서 이런 결정을 강행했고, 어떤 국내 전략을 통해 이를 정당화했는가? 이 연구는 트럼프의 포퓰리즘과 ‘정치 신인’ 전략이 외교 정책 변화의 원인이자 동력이었음을 밝히고자 한다 .

트럼프의 대중 무역전쟁은 단순한 무역적자 해소의 수단이 아니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는 ‘정치 신인’이자 포퓰리스트라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기존 외교 기조를 정면으로 뒤집는 행보를 택했다. 기존 대통령들이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조하며 ‘현상 유지’를 선호했다면,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 쇠퇴와 일자리 상실의 원인을 중국 탓으로 돌리는 대중적 담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Rust Belt(녹슨 지대)로 불리는 미 중서부 유권자층을 겨냥해, 중국이 미국을 “강간하고 있다”는 자극적인 발언까지도 감행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무역정책을 ‘경제 안보는 곧 국가 안보’라는 프레임으로 포장했다. 이는 기존 외교 전문가들과 다른 접근이었다. 그는 무역 문제를 단순한 경제적 손익이 아닌, 국가 주권과 생존의 문제로 전환시켰다. ‘경제안보’라는 개념은 전략물자 자급자족, 기술 패권, 제조업 보호 등을 포함하며, 중국과의 경쟁을 명백한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게 했다.

제도적 측면에서도 트럼프는 전례 없는 방식을 활용했다. 의회의 협조를 거치지 않고, 행정명령을 통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직접 부과했다. 총 8건의 대중 행정명령과 7건의 간접 관련 명령을 통해, 그는 법적 절차 없이도 빠르게 정책을 추진했다. 이 연구는 트럼프가 포퓰리즘적 지지층을 기반으로, 의회 내 주류 공화당과 타협하기보다는 극우 성향의 House Freedom Caucus와 연대함으로써 내부 기반을 강화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멕 멀베이니(Mick Mulvaney) 등 극우 인사와의 제휴는 기존 공화당 내 권력구도를 흔드는 결정이었다.

트럼프는 여론전을 통해 대중 관세 정책의 정당성을 강화했다. 그는 SNS를 통해 직접 대중과 소통하며 기존 언론을 우회했다. ‘중국 바이러스’, ‘무역 침략자’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중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미국 국민에게 위험을 고지했다. 특히 농민과 제조업 종사자 등 피해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에게는 직접 보조금을 제공하며 반발을 최소화했다. 2018년과 2019년에만 각각 160억 달러, 150억 달러 규모의 농가 보조금이 지급되었으며, 전체 관세 수입의 92%가 해당 목적으로 사용됐다.

이 연구는 트럼프의 포퓰리즘이 단순한 선동 수사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외교 정책 결정에 구조적 영향을 미쳤음을 강조한다. 중국을 외부의 적으로 설정하고, 내부 불만을 외부로 투사하는 방식은 포퓰리즘 외교의 전형적 전략이다. 또한 기존 제도와 절차를 우회하고, ‘직접 소통’과 행정 명령을 통해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도 포퓰리즘 리더십의 특징으로 분석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구호 아래 이뤄진 정책 전환이 단기적 정치성과와 함께, 중장기적인 미국 외교 전략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외교는 미국의 중국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촉발시켰고, 이후 민주·공화 양당 모두에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보는 인식이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초당적 대중 견제 법안도 다수 통과되었으며, 외교안보 정책 전반이 재편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연구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무역전쟁을 단순한 경제적 대응이 아니라, 정치 신인의 포퓰리즘이 반영된 외교 전략의 전환점으로 분석한다. 특히 트럼프의 사례는 정치적 아웃사이더가 어떻게 기존 제도와 관료제의 제약을 우회하고, 외교정책을 통해 내부 결속과 지지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트럼프는 전통적인 협상과 타협이 아닌, 강경한 직접행동과 대중 동원을 통해 외교정책을 ‘정치화’하고, 내부 정치의 도구로 활용하였다.

트럼프가 재선에 도전하는 현재, 그의 대중 정책과 포퓰리즘 전략이 다시금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미중 관계의 향방은 단지 외교적 계산이 아닌, 미국 내부 정치의 흐름과 포퓰리즘의 재등장 여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외교정책의 분석은 국제정치적 요인뿐 아니라, 국내정치적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다.

논문: https://doi.org/10.1111/pafo.12277
유튜브: https://youtu.be/3hHz_ggpoXs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