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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의원의 중도 성향과 경력, 입법 성과의 역설

엄기홍 기자 | 2025.06.05 | 조회 20

온건한 정치 성향과 관료・의정 경력이 선거 경쟁력에는 도움, 그러나 입법 성과는 오히려 낮아

출처: 한국정당학회보

출처: 한국정당학회보

문우진 아주대학교 교수는 최근 논문에서, 지역구 의원의 정치 성향과 경력이 선거 경쟁력과 입법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 연구는 16대부터 21대까지의 총선과 국회의 입법 데이터를 활용하여, 의원의 중도 성향과 온건한 태도가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선호하는 경력을 지닌 의원들이 오히려 낮은 입법 성과를 내는 역설적인 결과도 드러났다. 이러한 발견은 한국 정치에서 ‘입법성과’와 ‘유권자 기대’ 간의 간극을 비춘다.

한국의 지역구 선거에서, 온건한 정책 입장을 내세우는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중위투표자 이론은 잘 알려져 있다. 문 교수의 연구는 이러한 이론을 실제 한국 정치에 적용하여, 온건 보수나 온건 진보로 분류되는 후보들이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입증했다. 특히 후보가 중앙 관료 경력이나 국회의원 경력을 가질 경우, 이른바 ‘유인 가치’가 높아져 유권자들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입법 성과’에 관한 연구 결과였다. 문 교수는 입법 성과를 단순한 발의 건수나 가결률이 아닌, 입법 효과성으로 측정했다. 입법 효과성 I은 발의한 법안이 실제로 법률로 제정되는 과정에서 의원의 의제 추진 능력을 반영한다. 반면 입법 효과성 II는 쟁점 법안의 처리 능력까지 포함해, 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평가한다.

분석 결과, 의원의 중도 성향은 입법 효과성 I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쟁점 법안 처리 능력까지 반영한 입법 효과성 II에서는 유의미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중앙 관료나 의정 경력 같은 ‘유인 가치’가 오히려 입법 효과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선거에서의 매력과 입법장에서의 실력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한 셈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미국 의회 연구와도 맞닿아 있다. 미국에서는 정치 경력이 있는 의원들이 반드시 더 높은 입법 성과를 내지 않는다는 연구들이 이미 보고된 바 있다. 문 교수의 연구는 한국 정치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 교수의 연구는 온건한 정치 성향과 경력이 선거 승리에는 도움을 주지만, 그 성향이나 경력이 입법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역설을 드러냈다. 이 연구는 앞으로 한국 국회에서 의원의 개인적 경력보다 정당 내?외부의 정치적 역학이 입법 성과를 결정할 것임을 시사한다. 동시에, 유권자들이 후보를 평가할 때 ‘입법 성과’라는 중요한 요소를 보다 깊게 고민해야 할 필요성도 강조한다. 앞으로 이 논문이 국회 운영과 정치평론, 나아가 유권자 의식 변화 논의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논문: https://doi.org/10.30992/KPSR.2025.3.31.5.153
유튜브: https://youtu.be/QmqB-flCuYs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