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조화순·이병재 연구진은 2024년 「한국정당학회보」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정파적 가짜뉴스에 대한 수용이 정치적 정당 호감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실증하였다. 본 연구는 온라인 실험 설계를 활용해 한국 유권자 1,038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였으며, 정보 판별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정파성이 작동한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인지 성찰 능력은 일부 조건에서만 제한적인 효과를 보였고, 정파적 선호가 개입될 경우 정보 판단의 정확성은 유의미하게 왜곡되었다.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은 한국 정치 및 언론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정책 과제다. 선거 시기나 특정 정치적 이슈가 집중될 때마다 허위 정보의 확산은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나아가 민주적 절차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부·국회·시민단체를 포함한 다양한 주체들이 가짜뉴스 방지 대책을 검토해왔으며, 교육, 규제, 플랫폼 개입 등 다양한 해법이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 전략의 이론적 기반이 불충분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정보의 허위 여부는 종종 객관적 사실 판별의 영역이 아닌, 수용자의 심리와 정치적 성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가짜뉴스 수용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선행 이론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논의된다. 첫째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 가설’로, 정보 판단 시 직관적이고 단순한 사고에 의존할 경우 오류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정파 가설’로, 개인이 지지하는 정치 진영에 유리한 정보는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불리한 정보는 거부하거나 왜곡하여 수용한다는 내용이다. 본 연구는 이 두 가설을 동시에 검증하고, 가짜뉴스 판별에 있어 인지 성찰 능력과 정당 호감도의 상호 작용 효과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연구진은 온라인 패널을 활용하여 전국 유권자 1,03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설계하였다. 실험은 두 가지 정파적 가짜뉴스를 제시하고, 이를 사실로 인식하는지 여부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뉴스 A는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고 국민의힘에 불리한 내용, 뉴스 B는 그 반대의 구도를 가진다. 참가자에게 무작위로 뉴스 중 하나를 제시하고, 해당 뉴스가 사실이라고 생각하는지 여부를 5점 척도로 응답하게 하였다. 또한, 각 참가자의 정당 호감도, 정치적 지식 수준, 인지 성찰 점수(Cognitive Reflection Test, CRT) 등을 함께 측정하였다.
분석 결과,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는 ‘정당 호감도’였다. 특정 정당에 대한 호감이 높을수록, 해당 정당에 유리한 가짜뉴스를 사실로 믿을 확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지 성찰 점수는 전반적인 영향력이 낮았고, 특히 정파성이 개입된 상황에서는 가짜뉴스 판별에 효과를 보이지 못하였다. 오히려 일부 조건에서는 인지 성찰 능력이 높을수록 정파적 편향이 강화되는 경향도 관측되었다. 즉, 분석적 사고 능력이 있는 개인일수록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사실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히 정보 판단 능력을 고도화하는 교육이나 팩트체크 제공이 가짜뉴스 대응의 효과적 전략이 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보 수용자는 자신의 정치적 선호에 따라 정보를 선택적으로 해석하거나 왜곡할 수 있으며, 이는 사실 판단 능력 자체보다는 정치적 정체성과 더 깊은 관련을 가진다. 연구진은 이를 ‘동기화된 추론(motivated reasoning)’ 현상으로 해석하며, 가짜뉴스 수용을 방지하려면 개인의 정치적 편향성 자체를 완화하는 방향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본 연구는 한국 유권자의 가짜뉴스 수용 메커니즘에 대해 실증적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향후 입법 및 정책 설계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가짜뉴스 규제 법안이 표면적인 사실 여부 판단에만 집중할 경우, 정파적 선호에 따라 수용 편차가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교육적 접근보다는 정치적 양극화를 완화하고, 정당 간 상호 불신을 감소시키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병행되어야 실질적인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회는 현재 디지털 정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통신망법, 언론중재법 등의 개정 논의를 진행 중이며, 플랫폼의 책임 범위와 유권자 교육 강화 방안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권자 수준에서 정파적 동기를 완화할 수 있는 공론장 설계, 선거제도 개편 등 보다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학계의 제언은 정책 과정에서 참고할 만하다. 향후 가짜뉴스 관련 법안 심사 및 정책 설계 과정에서 본 연구의 실증 결과가 반영될 경우, 정보 왜곡에 대한 대응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 https://doi.org/10.30992/KPSR.2024.03.31.1.39
유튜브:
https://youtu.be/eU-zo0VZgi4
정파적 선호가 가짜뉴스 신뢰도에 직접 영향…인지 성찰 능력은 무력
엄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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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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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 따른 정보 판단 편향, 한국 유권자 대상 실험으로 실증

출처: 한국정당학회보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