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홍국표 의원(국민의힘, 도봉2)이 교육부의 ‘2026년 민주시민교육 추진계획’을 두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해당 발언은 정치교육의 본질적 가치와 시대적 요구를 오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 사례를 반복적으로 끌어와 시민교육 자체를 불온한 것으로 치부하는 정치적 공세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러한 접근이 교육을 ‘정치화’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교육부는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새내기 유권자 교육’을,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민주주의 선거교실’을 도입하며 시민의식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정치교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보편적인 민주주의 교육 방식이며, 유럽 국가들은 이미 10대 중반부터 정치제도와 유권자 권리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한국은 오히려 OECD 국가 중 정치교육의 제도화가 가장 늦은 축에 속하며, 그간 시민사회의 요구는 반복적으로 묵살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부의 정책은 늦었지만 바람직한 진전이다. 그런데도 홍국표 의원은 이를 "지방선거 4개월 전 교실을 정치화하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이는 정치교육과 정치 선동을 의도적으로 혼동시키는 구분 없는 비판이며, 선거와 교육을 동일선상에 놓는 접근 자체가 교육을 지나치게 정치화하는 관점이다.
홍 의원은 조희연 교육감 시절의 모의선거 사례와 인헌고 사태를 거론하며 정치적 편향 우려를 강조했지만, 이들 사례가 정치교육의 구조적 결함을 입증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많다. 당시 논란의 상당수는 정치적 프레임이 과도하게 작동된 결과였고, 특히 인헌고 사건은 실체적 논란보다는 이념 대립의 소재로 소비된 측면이 크다. 교육현장에서의 갈등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그것이 정치교육 자체를 부정해야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정치교육의 핵심은 특정 정당이나 이념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표현하는 훈련을 제공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훈련이 없을 때, 학생들은 무비판적으로 정보에 노출되며 극단적 이념에 쉽게 휘둘릴 수 있다. 즉, 중립적 정치교육은 편향을 예방하는 백신에 가깝다.
홍 의원이 지적한 ‘교사 면책권 미비’, ‘토론 갈등 우려’ 등은 제도 설계의 문제이지 정치교육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그 논리대로라면 역사 교육도 갈등을 낳을 수 있으므로 금지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복잡하고 논쟁적인 사안을 다루는 것이 교육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있으니 하지 말자’는 접근은 교육의 역할을 부정하는 태도다.
또한, 이번 정책은 특정 이념을 중심으로 한 교재나 콘텐츠가 아닌, 선거관리위원회와의 협업, 헌법 전문강사 활용 등 제도적 안전장치를 포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의원은 교육부의 정책을 ‘무비판적 수용 말라’며 서울시교육청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견제를 가장한 교육 현장 개입이며, 학부모와 학생의 교육 선택권을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시민교육은 특정 정권이나 교육감의 정치적 입맛에 따라 좌우되어야 할 사안이 아니다. UN, OECD, 유럽평의회 등 국제기구는 이미 10년 전부터 학교 정치교육의 확대를 권고해왔으며, ‘시민 역량’은 21세기 핵심 교육 지표 중 하나로 간주된다. 교육부의 시도는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는 것이며, 늦은 감은 있지만 정당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무엇보다 현 세대 청소년은 SNS 등 디지털 공간에서 이미 다양한 정치 정보를 접하고 있다. 현실에서 정치에 노출된 청소년들에게 ‘정치는 교실에서 금기’라는 구호만 외치는 것은 교육이 아닌 방치에 가깝다. 교실 안에서 건강한 논쟁과 참여를 통해 민주주의의 원리를 내면화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 기회를 박탈하려는 정치권의 ‘과잉 간섭’이야말로 교육의 정치화를 초래하는 진짜 원인이다.
홍국표 의원의 발언은 정치교육의 본질을 호도하고, 교육의 중립성을 빌미로 학생의 학습권을 제약하는 행위에 가깝다. 진정한 중립성은 정치적 주제를 금기시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공정하게 다루는 과정에서 실현된다.
교육부의 시민교육 강화 정책은 시민사회, 학계, 교육계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를 통해 정착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정치권의 감시가 아니라 지원이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과거 사례에 매몰되지 말고, 교사 연수, 토론 가이드라인, 학부모 협의체 운영 등을 통해 건설적인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는 시민에 의해 감시받아야 하며, 그 시민은 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시민 없는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고, 정치교육 없는 시민은 제대로 된 유권자가 될 수 없다. 이 당연한 진실을 정치인들이 먼저 인식해야 한다.
정치교육을 ‘정치화’로 몰아가는 구태… 홍국표 의원의 주장, 시대착오적 우려일 뿐
육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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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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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주체 형성과 민주주의 교육 외면한 정치적 공세… 교육을 선거 수단으로 오해한 비판
출처: 서울특별시의회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