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25년 9월 15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열고,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로봇 등 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회의에는 관계부처 장관, 기업 관계자, 민간 전문가 등 약 80여 명이 참석했으며, 데이터 활용 확대, 공공데이터 개방, 원본영상 사용 특례 도입, 시범운행지구 확대 등 다양한 과제가 논의됐다. 정부는 “규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전략”이라며, 혁신 생태계를 위한 제도 기반을 조속히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AI·자율주행·로봇 분야 등 미래 핵심산업의 제도 기반 재정비에 나섰다. 이는 인구 감소, 기술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 등 복합적 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의 구조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규제개혁이 이해관계 충돌과 부처 칸막이, 개인정보 등 ‘거미줄 규제’에 가로막혀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산업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규제합리화를 본격화한 것이다.
AI 분야에서는 ‘AI G3(글로벌 톱3)’ 진입을 위한 데이터 활용 규제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대규모 데이터 수집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저작권자의 신원이 불분명한 데이터나 거래가 어려운 콘텐츠에 대한 활용이 법적 불확실성으로 막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저작물 공정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법령 개정을 병행해 기업의 데이터 활용 부담을 줄이는 한편, 저작권이 명확한 데이터에 대해서는 합리적 보상체계를 구축해 자유로운 거래를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공데이터 개방 확대도 중점 과제로 제시됐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소극적 데이터 제공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공무원 면책 가이드라인을 신설하고, 과도한 가명처리에 따른 데이터 가치 저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가명정보 제도운영 혁신방안’을 이달 내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데이터 경제의 기반을 공공영역에서부터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영상데이터의 원본 활용 허용이 핵심 규제완화 과제로 논의됐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보행자 얼굴 등의 정보는 비식별 처리가 원칙이나, 이로 인해 AI 학습의 정확도 저하와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업계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자율주행자동차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원본영상 활용 특례를 도입하고, 실증 지역도 기존 47개에서 도시 단위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율주행 특화 데이터센터 구축, 업계 참여 확대를 위한 지원방안도 내달 중 구체화할 예정이다.
로봇산업에서는 건설, 주차 등 실생활에 밀접한 분야에서 활용이 늘어나는 만큼, 기존 규제의 일괄 정비와 함께 안전기준 재설계를 추진한다. 특히, 인력 대체 가능성이 높은 영역에서 로봇의 안정성과 사회적 수용성에 대한 세밀한 기준이 마련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확산을 넘어, 제도적 안정성을 병행하려는 정부의 균형 전략으로 보인다.
회의에서는 경제 구조 전환을 위한 기업성장 지원과 경제형벌의 합리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민간 전문가들은 “기업이 커질수록 규제는 많아지고 지원은 줄어든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대기업집단에 적용되는 중복규제 완화와 R&D·수출지원을 포함한 성장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정부는 기업 규모별 규제 정비와 중소기업 지원제도 개선을 병행하며, 연말까지 단계적 경제형벌 정비 작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향후 정부는 핵심 신산업 분야에 대해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하거나, 기존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규제 샌드박스 레벨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부처별로 분산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합 운영하고, 지역균형발전과 연계된 메가특구도 도입해 신산업 성장 기반을 지역까지 확장하는 전략이다. 이는 중앙정부 주도의 일방향 개혁이 아니라, 지역과 민간이 주체가 되는 다중 협력 구조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날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글로벌 기술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규제혁신이 선결과제”라며 “민관이 협력하여 미래 산업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뛰고, 정부는 돕는다는 정신으로 과감하고 신속한 개혁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본격 추진 중인 규제합리화는 단순한 행정개혁을 넘어 산업정책, 기술경쟁력, 고용전략을 포괄하는 전방위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AI, 자율주행, 로봇 등 신산업은 입법 공백과 제도 지체가 경쟁력 저하로 직결되는 만큼, 관련 법령 정비와 입법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자율주행 영상데이터의 특례 도입, 공공데이터 개방 확대, 경제형벌 개선은 국회 논의와 병행해 추진돼야 할 핵심 과제다. 향후 규제혁신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체감 가능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후속 법안 처리, 실증 특례의 제도화,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 등 입법·행정 간 협업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 AI·자율주행·로봇 핵심 규제 전면 개편…“신산업 경쟁력 제고로 미래 먹거리 확보”
박혜신 기자
|
2025.09.16
|
조회 108
데이터 활용부터 경제형벌까지 전방위 정비…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 개최
박혜신 기자 | aipen.hyes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