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안보정책은 전후 평화헌법과 전수방위 원칙의 제약 아래 ‘미국 의존 방어’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은 영국·프랑스·호주·필리핀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법적 동맹이 아닌 ‘준동맹’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관여 불확실성과 중국의 해양 팽창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등장한 전략적 적응이다. 이 연구는 일본의 준동맹 전략을 통해 인도태평양 안보구도가 어떻게 네트워크 체제로 전환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일본의 안보정책은 오랫동안 미일동맹 중심의 양자 구조에 기반해왔다. 평화헌법 제9조와 전수방위 원칙은 해외 군사활동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엄격한 제약을 가해왔다.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 국제질서 변화와 함께 일본은 점진적으로 안보 역할을 확대해왔다. 특히 2010년대 이후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해양 진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미국의 관여 불확실성 증대는 일본 안보전략의 구조적 전환을 촉발하였다.
이 연구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일본이 채택한 ‘준동맹’ 전략에 주목한다. 준동맹은 법적 구속력을 갖춘 공식 동맹은 아니지만, 공동훈련·정보공유·방산협력·군수지원 등을 통해 사실상 동맹에 준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협력체제이다. 이는 정치적 부담과 헌법 제약을 우회하면서도 억제력과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제약 적응(constraint adaptation)’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미일동맹을 중심축으로 유지하면서도, 영국·프랑스·호주·필리핀 등 ‘동지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외교·국방장관 2+2 회담, GSOMIA, ACSA, RAA, 방위장비품·기술이전협정, 공동개발 사업 등은 이러한 준동맹의 제도적 기반이다. 특히 RAA는 양국 군대의 상호 방문과 합동훈련을 제도화하며 실질적 연합운용 능력을 강화한다.
영국과의 협력은 ‘글로벌 브리튼’ 전략과 일본의 FOIP 구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확대되었다. 항모전단 파견과 공동훈련,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GCAP)은 해양안보와 방산협력의 상징적 사례다.
프랑스는 인도태평양 해외영토를 보유한 ‘인도태평양 파워’로서 일본과 해양훈련과 방산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양국은 GSOMIA와 ACSA를 체결하였고, RAA 협상도 진행 중이다.
호주와는 2007년 안보협력협정 이후 협력이 심화되었으며, 2022년 RAA 발효를 통해 사실상 동맹에 준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최근에는 무기 공동개발과 함정 수출 협력까지 확대되었다.
필리핀과는 남중국해 안보환경 변화 속에서 협력이 급속히 진전되었다. 2024년 RAA 서명을 통해 상호 방문과 합동훈련의 법적 기반을 확보하였고, GSOMIA 및 ACSA 논의도 병행되고 있다.
이 연구는 일본의 준동맹 전략을 ‘분산 억제(distributed deterrence)’와 ‘융합 안보(integrated security)’ 관점에서 분석한다. 일본은 특정 동맹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다층적 네트워크를 통해 억제력을 다원화한다. 또한 군사뿐 아니라 사이버, 공급망, 우주 등 비군사 영역까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준동맹은 공식 동맹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부족하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위기 상황에서 상호 지원의 확실성이 낮고, 정치적 변화에 따라 협력의 지속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반발과 역내 긴장 고조 가능성도 잠재적 위험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준동맹 전략은 미국의 관여를 유도하면서 동시에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는 이중 전략으로 작동한다. 이는 인도태평양 안보구도를 기존의 허브-앤-스포크 구조에서 격자형 네트워크 구조로 전환시키는 동인으로 기능한다.
한국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도 제시된다. 일본의 준동맹을 경쟁이 아닌 상호보완적 관점에서 인식하고,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다층적 안보협력망을 구축하는 ‘균형형 동맹모델’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2+2 회담 정례화, ACSA와 RAA 체결 검토, 방산 및 비군사 영역 협력 확대 등이 제안된다.
결국 일본의 준동맹 확대 전략은 평화헌법이라는 제약 속에서 등장한 전략적 적응의 산물이다. 이는 미일동맹을 보완하면서도 자율성을 확대하는 네트워크형 안보 모델로 진화하고 있으며, 인도태평양 질서 재편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의 준동맹 전략은 공식 동맹을 대체하기보다는 이를 보완하며 네트워크형 집단안보 체제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향후 인도태평양 질서 재편 과정에서 이 모델의 지속 가능성과 제도화 수준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 논문: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3282996
📺 유튜브 해설:
https://youtu.be/tHEhNNMzWGs
💬 카카오톡 채널:
http://pf.kakao.com/_lUxoen
일본은 왜 ‘준동맹’을 확장하는가
엄기홍 기자
|
2026.02.23
|
조회 17
평화헌법의 제약 속에서 다층적 안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전략적 전환
출처: 국가안보와 전략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