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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거버넌스의 법과 지정학, 누가 규칙을 만들 것인가

엄기홍 기자 | 2025.08.26 | 조회 27

미·중 주도의 우주 질서 경쟁과 그 속에서 한국이 선택해야 할 전략

출처: 국가안보와 전략

출처: 국가안보와 전략

2024년 9월 기준, 미국 주도의 아르테미스 협정과 중국의 국제달과학연구기지(ILRS)가 각각 우주 거버넌스를 주도하고 있다. 이가연 교수(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는 이러한 흐름이 지구상 이념 대립의 연장선에 있는 ‘배타적 지정학’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본 논문은 우주 공간을 둘러싼 주권, 자원, 국제 규범에 관한 법제도와 지정학적 현실이 어떻게 충돌하고 연계되는지를 다룬다.

우주 공간은 누구의 소유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규범과 법을 만들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과거 냉전 시기 우주조약(1967년)은 국가의 주권적 점유를 금지했지만, 민간 소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금지하지 않았다. 이후 미국은 민간 기업의 우주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2015년 상업우주발사경쟁력법(CSLCA)을 통해 우주자원의 사적 소유를 인정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반면 중국은 ‘우주는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민간의 영리 활동을 국가 전략 안에 두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국제 규범보다는 양자 협정을 선호하며, ‘미래를 공유하는 글로벌 공동체’라는 외교 슬로건 아래 국제 달 과학연구기지(ILRS)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배타적 지정학’ 개념이 등장한다. 이는 지구 영토에서 체제 이념에 따라 형성된 경계와 배타성이 우주로 확장된다는 논리다. 미국과 중국의 규범 경쟁은 단순한 과학기술 경쟁이 아니라, 자유주의와 권위주의 체제 간 거버넌스 경쟁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아르테미스 협정 가입국 43개국 중 32개국이 완전한 또는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이며, ILRS 참여국 12개국 중 9개국은 권위주의 또는 하이브리드 체제라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법제도 측면에서도 긴장이 감지된다. 우주 자원의 소유와 이용에 대한 국제 규범은 아직 모호하다. 미국, 일본, 룩셈부르크는 자국법을 통해 민간 기업의 우주자원 채굴을 가능케 하는 조항을 마련했으나, 국제법적으로는 우주 공간의 소유권 인정 여부가 여전히 논란이다. 유엔 우주조약 제2조는 주권에 의한 우주 점유를 금지하지만, 민간의 소유를 명확히 금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주 쓰레기와 같은 공유지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이는 ‘공유지의 비극’으로 불리는 상황으로, 각국이 자국의 이익만 고려하여 우주를 이용할 경우 전체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유엔 외기권위원회(COPUOS)는 이에 대응해 ‘우주쓰레기 경감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우주 공간에 대한 관할권 문제도 복잡하다. 전통적인 국가 주권의 개념으로는 우주에서 발생하는 법적 분쟁이나 재산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주에서 발생한 특허나 저작권 분쟁에 대한 집행권은 어느 국가가 행사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 현재는 지구상의 관할권 연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나,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주에서 완전히 독립된 새로운 법체계 수립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은 2021년 아르테미스 협정에 가입한 국가로서, 향후 우주 거버넌스에서 규칙 제정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미국 중심의 질서에만 기대기보다는, 중국을 포함한 다양한 행위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절충국(mediator)’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국내 항공우주산업계의 성장을 위해 민간과 정부 간 협력 플랫폼 마련이 시급하며, 국제 규범 형성에도 능동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향후 국회와 관련 부처는 우주 공간의 소유, 자원 이용, 지적재산권, 환경 보호에 이르기까지 보다 정교한 법·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절실하다.

논문: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2069706
유튜브: https://youtu.be/9129LBUDRzs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