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득·정영우 교수(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는 1980년부터 2018년까지 112개국의 데이터를 분석해 여성의 기술적 대표성과 성별 할당제가 대중의 성평등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이 연구는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높아질수록 대중의 성평등 태도가 개선된다는 기존 연구를 재확인하면서도, 그 효과가 할당제를 통해 확보된 경우에는 유의미하지 않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여성의 정치 진출과 성별 할당제 도입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유엔여성기구(UN Women)에 따르면 1995년 11%에 불과했던 세계 평균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024년 기준 26.9%까지 증가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많은 국가들은 법률 또는 정당 차원에서 여성 할당제를 도입하며 대표성 확대를 시도해 왔다.
이 연구는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대중의 성평등 태도, 즉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정치·사회·경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인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했다. 특히 기존 연구들이 여성 대표성과 할당제의 '개별적 효과'에만 집중해 온 반면, 이 연구는 두 변수 간 '상호작용'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진은 ‘공공 성평등 인식(PGE: Public Gender Egalitarianism)’이라는 지표를 종속변수로 사용했다. 이는 1972~2022년까지 전 세계 126개국을 대상으로 진행된 123개의 서베이 문항을 종합해 만든 잠재변수 기반 데이터로, 기존의 성평등지수(GII)나 EIGE 지표가 갖는 시공간적 한계를 보완한다.
분석 결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Female MP %)은 대체로 성평등 인식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여성 의원 비율이 1%p 증가할 때마다 성평등 인식 지표가 약 0.002p 상승하는 효과가 관측됐다(Model 1, Model 3, Model 4에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
그러나 성별 할당제(Reserved Seat Gender Quotas)가 존재할 경우, 이러한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거나 오히려 부정적이었다. 특히 ‘여성 의원 비율 × 할당제 존재 여부’라는 상호작용 항은 음(-)의 방향으로 통계적 유의성을 보이며, 할당제를 통해 확보된 여성 대표성은 대중 인식 변화에 기여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저해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Model 4 기준).
이러한 결과는 제도 도입 자체보다 그 도입 방식과 맥락이 중요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연구진은 “할당제가 남성 다수의 기득권을 침해한다는 인식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반감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선행연구를 인용해 이를 설명한다. 할당제를 통한 여성 진출이 ‘특혜’로 인식되며 오히려 전통적 성역할을 강화하는 반작용(backlash)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CEDAW(여성차별철폐협약) 비준 여부, 민주주의 수준, 국민소득, 여성 시민단체 참여도 등 여러 통제변수를 포함하여 분석의 정밀도를 높였으며, 국가 고유 특성을 고려해 국가 단위 랜덤효과 모형을 사용했다. 변수 간 다중공선성 문제도 VIF(분산팽창계수) 검토를 통해 제거했다.
이 연구는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한 정책 설계에서 ‘방법’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성의 기술적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성평등 인식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강제적 할당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수치적 비율을 채우기보다,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 간접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여성 정치인의 자연스러운 진입 경로 확대, 젠더 인식 교육 강화, 언론 보도 프레임의 개선 등 다양한 접근이 요구된다.
정치적 대표성이 대중 인식에 미치는 효과는 일방적이지 않다. 성평등이라는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제도적 수단과 그 수용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이 연구는 그 중요한 실증적 근거를 제공한다.
논문: https://doi.org/10.20973/jofp.2025.15.1.5
유튜브:
https://youtu.be/mZ-wX0FcN8w
여성 정치인 비율 높아져도, 할당제가 있으면 성평등 인식 효과 사라진다
엄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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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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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득·정영우 교수, 112개국 자료로 분석… 여성 대표성과 할당제의 조건적 관계 밝혀

출처: 미래정치연구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