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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5구역 재건축 47년 만에 본격 추진…서울시 도시계획위, 1,401세대 한강변 명품단지로 승인

육태훈 기자 | 2025.08.05 | 조회 33

신속통합기획 후 24개월 만에 정비계획 가결, 한강변 조망·개방형 커뮤니티 등 공공성 강화

서울시가 2025년 8월 4일 제8차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위원회를 열고 강남구 압구정5구역 재건축 정비계획 결정(변경)안과 경관심의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번 결정으로 1978년 준공 후 47년간 재건축이 지연되었던 압구정5구역(한양1·2차 아파트)은 최고 높이 250m, 1,401세대(공공주택 140세대 포함)의 대규모 주거단지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시는 한강 조망권을 시민과 공유할 수 있도록 입체조망데크 공원 조성을 포함해 단지 외부 개방성을 강화했으며, 신속통합기획 도입 이후 24개월 만에 정비계획을 가결함으로써 본격적인 사업 추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압구정5구역 정비계획은 서울시가 2023년 7월 압구정2~5구역을 대상으로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한 후 2년 만에 마련된 결과물이다. 신속통합기획은 복잡한 행정 절차를 단축하고 단계별 처리 기한을 명시해 정비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다. 서울시는 이번 심의 결과를 토대로 3개월 이내 정비계획을 고시하고, 이후 건축·교통·환경·교육 등 통합심의를 거쳐 사업을 착수할 계획이다. 이번 계획은 그동안 이해관계자 간 갈등, 안전진단·용적률 규제 문제 등으로 장기간 표류하던 압구정 일대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비계획에 따르면 압구정5구역은 용적률 300% 이하, 최고 250m(랜드마크 동 1개소 한정, 나머지 동은 200m·50층 이하) 규모로 재건축된다. 기존 47년 된 노후 아파트 단지를 허물고 총 1,401세대가 들어서는 대규모 주거단지로 탈바꿈하며, 이 중 140세대는 공공주택으로 공급된다. 단지 북측 한강변에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입체조망데크 공원이 설치되고, 한강으로 연결되는 길목에는 소규모 도서관을 포함한 개방형 커뮤니티 시설을 집중 배치해 시민과 방문객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단지 경계에 담장을 두지 않아 주변 지역과의 연결성을 높였으며, 청담초·중·고교와 압구정 학군을 잇는 안전한 통학로도 신설된다.

서울시는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주동 배치를 세심하게 설계했다. 강변과 맞닿은 첫 번째 건물은 20층으로 계획해 위압감을 줄였고, 도로변 가로활성화 특화 구간을 조성해 한강변으로 가는 길을 보다 활기차게 만들 계획이다. 올림픽대로변 녹지와 연계한 순환형 보행동선도 마련해 보행자 접근성을 높이고, 시민이 한강 조망을 향유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을 확충한다는 점이 이번 계획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압구정 일대가 강남 중심지로서 수변 주거문화를 선도하고 공공성을 확보하는 명품단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재건축 추진은 서울의 대표적 노후 주거지 정비사업이 가속화되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압구정 일대는 국내 재건축 논의가 가장 오래 지속된 지역 중 하나로, 1970년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 이후 고도 제한, 안전진단 강화, 주민 간 의견 대립 등으로 사업이 번번이 지연돼 왔다. 2020년대 들어 재건축 규제 완화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구체적 추진 계획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번 가결은 제도 개선과 신속통합기획 도입이 실제 사업 착수로 이어진 첫 사례 중 하나로, 서울시의 정비사업 행정 혁신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는 이번 심의에서 5구역 외에도 압구정3구역 재건축안을 함께 상정했으나, 일부 쟁점사항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보류됐다. 중랑구 망우1구역 공공재건축사업도 보고 안건으로 다뤄졌다. 이는 압구정 일대 정비사업이 순차적으로 추진되더라도, 구역별 세부 협의 과정에서 속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신속통합기획이 적용되더라도 환경영향평가, 교통대책, 학군 조정 등 복합 현안을 해결하지 않으면 전체 사업 일정은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압구정 일대가 강남의 중심지로서 한강변과 어우러지는 스카이라인과 개성 있는 경관을 갖춘 명품단지로 거듭날 것”이라며, “서울시도 행정절차를 신속히 처리해 재건축이 조기에 착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압구정5구역 정비계획 가결은 서울시 정비사업 정책의 전환점이자, 한강변 주거문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향후 정비계획 고시와 통합심의를 거쳐 본격적인 공사 단계에 돌입하면, 다른 압구정 구역과 강남권 노후 단지 재건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번 사례가 신속통합기획의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할 경우, 서울 전역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도시 인프라 확충, 공공주택 비율 확대, 주민 간 갈등 해소 등 과제를 해결해야만 장기적 성공을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