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4일, 서울시가 국내 건축가들의 세계무대 진출을 위한 ‘K-건축 세계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축기행’을 본격 개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특별시 건축상’ 수상작인 ‘CLOUD’(해방촌)와 ‘강남구웰에이징센터’를 직접 방문하며, 건축가 중심의 제도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서울을 국내 건축가의 실험장으로 삼아 대한민국 1호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육성하겠다는 전략도 함께 밝혔다.
이번 건축기행은 서울시가 그동안 추진해 온 공공건축 정책의 방향성을 ‘공공 중심’에서 ‘건축가 중심’으로 선회하는 첫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최근 경기침체와 건설시장 위축 속에서 국내 건축가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기존 제도의 불합리함을 제거하는 실질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요청이 이어졌다. 이에 서울시는 릴레이 방식의 현장 방문을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날 방문한 ‘CLOUD’는 해방촌 신흥시장의 오래된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고 새로운 아케이드를 설치한 공공건축물로, ‘서울시 건축상’ 대상작이다. 단순한 물리적 공간의 개선을 넘어, 노후 시장을 청년 세대의 감성으로 되살리며 도시재생과 지역경제 회복을 동시에 겨냥한 사례다. 도시문화와 공동체 회복의 지점을 정밀하게 연결한 이 작품은, 향후 서울시 공공건축 기준의 대표적 모델로 활용될 수 있다.
이어 방문한 ‘강남구웰에이징센터’는 기존의 낡은 공영주차장을 개조해 고령층을 위한 건강증진시설로 탈바꿈시킨 사례다.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인프라 모델로, 노년층의 신체적·심리적 필요를 반영해 공간을 재설계한 점이 핵심이다. 이 건축물은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건축을 통해 공공의 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서울시는 이 두 작품을 시작으로, 향후 서울 전역의 공공건축물과 민간 우수건축 현장을 릴레이로 방문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도출된 개선 요구는 종합 검토를 거쳐 ‘건축가 및 건축산업 종합지원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정책화될 예정이다. 주요 내용은 설계비 현실화 국제 설계공모 제도 개편 공공건축가 제도 확대 국내 건축가 우선 참여제도 등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정책적 목표는 명확하다. ‘프리츠커상’이라는 국제적 건축상 수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건축을 대한민국의 문화 산업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프리츠커상은 세계 건축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도시공간의 질적 향상과 사회적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만큼, 제도와 행정, 창작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수상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단기적 접근이 아닌 중장기 계획으로 건축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기존 공공건축 발주 방식은 ‘낙찰가 중심 경쟁구도’로 인해 창의성이 억제되고, 설계자의 사회적 위상이 낮게 유지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서울시는 이러한 구조를 타개하고 ‘작품성과 공공성의 균형’을 추구하는 새로운 틀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이번 정책 선회가 업계 전반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된다. 특히, 그간 민간 위주의 디자인 중심 건축은 예술적 성취를 이루었지만, 정책적 뒷받침이 부족해 국제 진출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적하며, 서울시가 공공 차원에서 이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는 매우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현장에서 “불필요한 제도는 과감히 걷어내고, 건축가 중심의 창작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히며, “서울을 건축 실험의 테스트베드로 삼아, 대한민국 건축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목표는 단순히 해외 수상이나 상징적 성과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는 공공공간의 질을 높이고,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 건축이라는 수단이 얼마나 전략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실증하는 작업이다. 나아가, 국내 건축가가 창조적 동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은 곧 도시경쟁력의 핵심 기반이 된다.
향후 정책 발표에서는 건축가 양성 시스템과 예산 지원 구조 개선뿐만 아니라, 민간 건축사무소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한 금융·계약제도 개편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세계 주요 도시들과의 설계교류 프로그램이나 ‘K-건축 전시회’ 개최 등 국제 마케팅도 동반 추진될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서울시는 ‘K-건축’을 대한민국 문화 산업의 한 축으로 인식하며, 단지 미적 완성도를 넘어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 전략적 기술로 활용하겠다는 철학을 밝히고 있다. 이는 도시 건축의 접근법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며, 한국적 가치와 정체성을 반영한 건축 콘텐츠가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 차원의 디자인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건축기행’은 선언적 계획이 아닌 실질적 정책 전환을 위한 실행 계획으로 기능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의 현장 방문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앞으로 서울시 도시계획의 핵심 틀을 건축 중심으로 재정렬하겠다는 정책적 시사점이 크다.
향후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건축가 중심’의 가치가 공공발주와 설계단계에서 실제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둘째, 국내 건축가의 설계공모 참여 기회를 실질적으로 늘릴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셋째, 서울시가 선언한 정책이 법제화 또는 조례로 이어지지 않으면 장기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서울시의 건축정책을 중심으로 한 지방정부 차원의 입법 연계도 필요하며, 건축진흥법과 같은 기존 법체계와의 조화를 고려한 이행 전략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시는 이번 기행을 시작으로, 건축을 도시정책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고, 국내 건축가들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려 한다. 궁극적으로, 프리츠커상이라는 상징적 목표를 넘어, ‘K-건축’이 세계 도시 디자인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시, ‘K-건축 세계화’ 시동… 건축가 릴레이 현장행보로 프리츠커상 향한 여정 시작
서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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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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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역을 테스트베드로”… 오세훈 시장, 우수 공공건축물 찾아 제도개선 시사
서대원 기자 | aipen.dwse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