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4일,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구의회의장협의회는 용산 전쟁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지방재정 공동선언’을 발표하며 중앙정부의 예산 구조에 강한 문제제기를 제기했다. 이들은 특히 서울시에만 반복적으로 적용되는 낮은 국고보조율과 이에 따른 지방재정 부담을 “지방자치 30년 역주행의 상징”이라고 규정하며, 재정 자율성을 훼손하는 구조적 문제로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중랑구의회 의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의회 의장이 참여하지 않아 정치적 중립성과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이한 시점에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구의회가 공동으로 채택한 ‘지방재정 공동선언’은 단순한 선언을 넘어 국가-지방 간 재정 구조 전반에 대한 개편 요구로 해석된다. 공동선언문에 따르면 서울시는 인구 고령화, 복지 수요 증가, 노후 인프라 부담 등으로 인해 도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으며, 이는 특정 지역에만 낮은 국고보조율이 적용되는 구조적 차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중앙정부가 주도한 ‘민생소비쿠폰’ 사업 사례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표적 사례로 언급됐다. 해당 사업에서 서울시와 자치구는 총 5,8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지방비를 부담했는데, 이는 다른 시도에 비해 현저히 낮은 국비 보조율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자치구들은 이를 위해 지방채 발행과 예비비 전용 등 다양한 재원 확보 방안을 강구해야 했다. 이는 사전 협의 없이 결정된 정부 주도의 재정 정책이 지방의 재량권을 침해한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언이 단지 재정 불균형에 대한 정당한 비판으로만 읽히기는 어렵다. 정치적 맥락 속에서 해석될 여지도 상당하다. 공동선언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자치구의회 의장들이 대부분 불참한 점은 선언의 대표성과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이는 지방자치단체 내부의 의견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으며, 공동선언이 특정 정치 세력 중심의 목소리로 기획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공동선언문에서는 세 가지 핵심 요구 사항이 명시되었다. 첫째, 지방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입법·예산·정책 감시 기능 수행, 둘째, 자치행정권 확대와 재정 자율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촉구, 셋째, 서울특별시에 대한 불합리한 차등 보조 구조의 개선이다. 이는 모두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하청 기구가 아닌, 정책의 독립적 주체로 기능해야 한다는 시각에 기반하고 있다. 실제로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현행 국고보조금 체계는 서울을 반복적으로 역차별하고 있다”며, “지방정부는 주민 복지를 스스로 설계하고 책임지는 주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과연 ‘차별의 피해자’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서울시가 국세의 상당 부분을 기여하고 있음에도 보조금 배분에 있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인프라 집약과 경제적 집중을 감안하면 서울에 집중된 행정력 자체가 이미 간접 보조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반론도 제기한다. 또한 지방 간 형평성을 고려할 경우,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 목표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딜레마가 존재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공동선언의 타이밍 또한 논란이 될 수 있다. 현재 정부가 2026년 지방교부세 개편 및 중앙-지방 간 기능 재조정 논의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와 자치구의 사전 선제적 입장 표명이 의도된 정치적 압박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선언문에는 “정부의 적극적 협력을 요청한다”는 문구가 삽입되어 있지만, 선언의 외형적 메시지에 비해 실질적 대응 전략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자치단체의 재정 자율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 입법 요구나 정부 간 협상 채널 강화 방안은 부족한 상태다.
또한 서울시 내부의 재정 운용 문제 역시 이번 선언이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은 쟁점이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재정 배분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했는가, 불필요한 예산 낭비가 없었는가에 대한 반성과 점검 없이 외부 구조만을 문제 삼는 것은 편향된 접근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특히 ‘서울시는 지방채를 발행했다’는 사실은 선언의 피해자 서사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이는 해당 정책이 단지 국고보조율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 자체의 예산 설계 역량과 재정 분권 실행의지와도 관련된 사안임을 시사한다.
서울시의회와 구의회가 발표한 ‘지방재정 공동선언’은 중앙정부 주도의 재정정책 구조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자, 지방자치의 본질을 재정 자율성 차원에서 재정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실효성과 대표성, 나아가 정책 대안의 구체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존재한다. 향후 국회 차원의 지방재정법 개정 논의나 국고보조금 배분기준 재설계 과정에서 이 선언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동시에 지방정부 스스로도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적 개혁 없이는 이러한 선언이 단지 정치적 수사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후의 실천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서울시의회·구의회 “지방재정 역차별 중단” 선언…정치적 결속인가, 구조 개혁의 신호탄인가
육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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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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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쿠폰 사업 부담 논란 속 공동선언 발표…국고보조금 제도 실효성 놓고 논쟁 가열

출처: 서울특별시의회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