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법제연구원이 1991년부터 2023년까지 수행한 국민법의식 조사 데이터를 분석해 민주화 이후 사법 신뢰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었음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특히 주관적 계층 수준과 거주 지역 규모가 신뢰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통계적으로 제시한다.
민주주의는 법치주의의 토대 위에 서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법원과 재판에 대한 신뢰는 오랜 시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특히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사법부는 정치 권력의 도구로 기능했고, 그 후유증은 민주화 이후에도 국민 인식 속에 깊게 뿌리내려 있었다.
1991년 첫 조사에서 “우리 사회는 법을 잘 지킨다”고 응답한 비율은 고작 17.6%였다. 그러나 2023년 조사에서는 83.1%까지 상승했다.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1991년 당시에는 응답자의 94.2%가 “권력과 재력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지만, 2023년에는 재판이 외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본 응답자가 56.8%로 집계됐다.
이러한 변화는 국민의 사법 신뢰 회복 노력이 점차 성과를 내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여전히 “법은 힘 있는 사람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인식은 6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 법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상태였다.
흥미로운 점은 신뢰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변화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의 세 차례 조사 데이터를 회귀분석한 결과, 주관적 계층 수준은 꾸준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2021년 조사에서는 소득수준과 이념성향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즉, 사회경제적 위치와 정치적 관점이 사법에 대한 태도를 좌우하는 것이다.
세대 간 차이도 확인됐다. 2021년 기준, 모든 연령층에서 주관적 계층 수준과 이념성향이 신뢰에 영향을 미쳤지만, 40대 이상에서는 거주 지역 규모도 유의미한 변수로 작용했다. 이는 사법 신뢰가 단지 개인의 경험이나 정보 수준에 기반하기보다, 사회적 맥락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 교수는 “민주화 이후 국민의 사법 신뢰가 천천히 회복되고 있었지만, 여전히 절반 가까운 국민이 재판을 불신한다는 점에서 사법 개혁의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법제연구원이 2019년 이후 동일 문항으로 조사를 정례화함에 따라 향후 국민법의식의 시계열적 분석이 더욱 정밀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법부가 지속적으로 공정성을 확보해 간다면, 진정한 의미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공존도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논문: http://www.riss.kr/link?id=A109609708
유튜브: https://youtu.be/Dz_aoEQ4Tf0
사법 신뢰, 2023년까지 지속해서 상승
엄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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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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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이후 2023년까지의 국민법의식 조사 분석…계층·이념 따라 인식 차이 여전

출처: 동서연구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