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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돈주의 소비, 체제 내 계층화 촉진…중국식 발전 경로 따를 가능성 제기

엄기홍 기자 | 2025.08.15 | 조회 30

명품 소비부터 조용한 사치까지…사회주의 체제 내 과시소비의 제도화 경향 분석

출처: 문화와 정치

출처: 문화와 정치

선슬기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은 북한의 시장화 진전에 따라 형성된 신흥 부유층 ‘돈주’의 소비문화 변화 양상을 분석한 논문을 통해, 북한 소비문화가 계층 분화의 핵심 동인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중국의 소비문화 발전 경로를 일정 부분 답습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해당 논문은 「문화와 정치」 제12권 제2호(2025년)에 게재되었다.

연구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기점으로 북한 배급체계가 붕괴되고 자생적 시장활동이 확산되면서, 국가 주도의 계획경제 체제 내에 노동·주택·사금융 등 비공식 시장이 제도화되는 과정을 포착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본을 축적한 일부 주민 계층은 ‘돈주’로 불리는 경제적 자율성과 영향력을 지닌 집단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외제차, 고급 아파트, 명품 소비 등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외형적으로 과시하며, 사회주의 국가 내부에서 소비가 계층 구별 수단으로 기능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소비를 단순한 경제적 선택이 아닌 사회적 위계질서와 자아 정체성 형성의 수단으로 해석하는 ‘과시소비이론(Veblen, Leibenstein)’과 ‘소비자이론(Belk, Bourdieu)’을 적용하여, 북한 소비문화의 구조적 함의를 분석했다. 연구자는 중국 개혁개방 이후 신흥부유층의 소비문화가 외형적 소비 → 문화자본 중심 소비 → 조용한 사치(Quiet Luxury)로 전개되었음을 제시하며, 북한도 유사한 단기·중기·장기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단기적으로는 평양을 중심으로 구찌, 페라가모 등 명품 수요가 급증하며, 고가 북한산 제품조차 “비싸야 잘 팔린다”는 시장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 상류층은 이를 통해 사회적 위상을 과시하는 반면, 중하층은 생계형 소비에 집중해야 하는 구조적 분절이 고착되고 있다. 이는 도시와 농촌, 계층 간 소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2000년대 초반 중국의 명품 소비 확대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기에는 도시 중산층 확대와 함께 소비가 고가 물품 중심에서 문화적 경험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언급된다. 프리미엄 외식, 공연, 여행 등이 새로운 사회적 구별의 수단으로 부상하고, 이는 Bourdieu가 설명한 문화자본을 통한 은밀한 계층 분화와 부합한다. 실제 중국은 WTO 가입 이후 이러한 문화소비 전환이 중산층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되었으며, 북한 역시 제한적 관광산업 및 고급 문화시설 확대를 통해 유사한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된다.

장기적으로는 소비 트렌드가 고급스러움은 유지하되 외형적 과시에서 벗어난 ‘조용한 사치(quiet luxury)’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 상류층 일부는 명품 로고보다 장인정신과 디자인, 희소성 등으로 고급성을 드러내며, 젊은 중산층 사이에서는 감성적 소비·자기표현 소비가 강화될 수 있다. 이는 중국 샤오쯔 세대가 보여준 감성 중심 소비 경향과 유사하며, 외형 대신 분위기·문화적 교양을 중시하는 소비 형태가 보편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북한의 정치·경제 환경에 따라 실현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긍정적 시나리오는 도시 중산층 확대와 정보 접근성 개선에 따른 소비문화 고급화를 예측하지만, 부정적 시나리오에서는 정보 통제 강화, 경제 침체 등의 요인으로 소비문화 발전이 일부 계층에 한정되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도 함께 제시된다.

본 연구는 북한 소비문화가 단순한 생활 수준 향상을 넘어서 계층 구별의 사회적 상징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그 발전 경로가 중국 사례와 유사하게 전개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외형적 소비를 넘어 문화적·감성적 소비로의 진화를 전망하면서도, 구조적 변수에 따른 변동 가능성 역시 언급하고 있다.

해당 연구는 현재로서는 직접적인 입법 동향과 연계되어 있지 않지만, 향후 북한 경제 정책, 시장제도화 수준, 소비 관련 법제 변화에 있어 참고될 수 있는 기초자료로 기능할 수 있다. 특히 남북 교류, 통일 대비 소비정책 수립, 대북 이해 증진 측면에서 정책적 활용 여지가 있는 실증 연구로 평가된다.

논문: https://doi.org/10.22539/culpol.2025.12.2.125
유튜브: https://youtu.be/JyWGaouwmuo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