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AI PEN

미국 대통령, 상호관세율 조정 행정명령 발표…대규모 무역적자 대응책 강화

박혜신 기자 | 2025.08.01 | 조회 9

트럼프 대통령, ‘국가안보 위협’ 명분으로 추가 관세율 개편…유럽연합·아시아 주요국 등 대상 조치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5년 7월 31일 ‘상호관세율 조정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기존 행정명령(14257호)을 개정해 무역적자 문제 해결을 위한 관세 체계를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과 무역법 604조 등을 근거로 발동됐으며, 특정 교역국을 대상으로 추가 관세를 조정하고 환적을 통한 관세 회피를 엄격히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미국의 지속적인 연간 상품 무역적자가 ‘국가안보와 경제에 대한 비상위협’이라는 기존 판단을 재확인하고, 일부 국가와의 무역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응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시행된 것이다.

이번 행정명령은 2025년 4월 2일 발표된 ‘상호관세율 부과를 통한 대규모 무역적자 시정 행정명령(14257호)’의 후속 조치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장기적 무역적자가 해외 교역국의 불공정 관행에 기인하며, 이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한 바 있다. 당시 행정명령은 미국의 수입품에 대해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불균형한 무역 구조를 개선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몇 개월간 진행된 양자·다자 협상에서 일부 교역국은 개선 의지를 보였으나 다수 국가는 협상에 소극적이거나 불충분한 제안을 내놓는 데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 기존 조치를 보완하고 관세율을 보다 정교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명령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부과 대상국의 추가 관세율을 새롭게 조정해 ‘Annex I’에 명시했다. 여기에는 아프가니스탄(15%), 알제리(30%), 인도(25%), 일본(15%), 한국(15%), 대만(20%), 베트남(20%) 등 70여 개국이 포함됐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상품별로 관세율이 15% 미만이면 추가 관세를 합산해 15%가 되도록 하고, 15% 이상이면 추가 관세를 면제하는 방식으로 차등을 뒀다. 기존에 10% 일률 부과가 적용되던 일부 국가도 이번 명령에서 상향 조정됐다. 이는 특정 국가가 낮은 관세율로 미국 시장을 활용하면서도 미국 제품에 상대적으로 높은 장벽을 유지하는 ‘비대칭 무역 구조’를 해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둘째, 부당한 환적(transshipment)을 통한 관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제재 조항을 강화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환적을 통한 관세 회피를 적발할 경우 해당 상품에 4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관세법(19 U.S.C. 1592)에 따른 벌금과 제재를 병행한다. 또한 6개월마다 환적 회피에 사용된 국가 및 시설 목록을 공개해 공공조달, 안보 검토, 민간 기업의 상업적 실사에 반영되도록 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행정명령에서 상대적으로 미비했던 회피 방지 대책을 강화한 것이다.

셋째, 행정명령 시행 이후 7일 후부터 개정된 관세율을 적용하되, 10월 5일 이전 선적·통관된 일부 물품에 대해서는 기존 관세율을 적용하는 과도기 조치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HTSUS(미국 통합관세표)를 국가별 세부 항목으로 개편해 적용의 명확성을 높였다.

이번 조치는 미국 국내 제조업 기반과 방위산업 공급망을 보호하고, ‘공정무역’ 원칙을 관철하려는 강경한 무역정책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명령문에서 “일부 교역국은 실질적 개선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다수 국가가 불공정 관행을 고수하며 미국과의 안보 협력에도 소극적”이라고 지적하며, “필요하다면 향후 추가 조치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상무부 장관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상황 모니터링과 추가 권고를 지시해 관세 조치가 무역적자 해소에 미치는 효과를 상시 점검하도록 했다.

다만 이번 행정명령은 국제 통상 규범과의 충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 무역 제한을 폭넓게 인정하나, 비상사태가 아닌 상황에서 특정 국가를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은 분쟁 소지가 크다. 특히 이번 명령은 ‘국가안보’ 개념을 광범위하게 해석해 경제적 불균형까지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법적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일부 동맹국은 이번 조치가 사실상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작용해 양자 협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명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 무역 정책을 ‘상호주의’와 ‘국가안보’로 재편하며, 기존 자유무역 질서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강경 노선으로의 복귀를 시사한다. 이는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국가안보를 이유로 부과했던 조치와 유사하지만, 이번에는 무역적자 자체를 ‘비상사태’로 규정하며 훨씬 광범위한 품목과 국가를 대상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번 행정명령은 향후 미국과 주요 교역국 간 무역분쟁 심화와 세계 교역질서 재편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조치로 평가된다. EU, 한국, 일본 등은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제기하거나 상호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과 교역 위축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6개월간 추가 정보와 상황 변화를 바탕으로 관세 조치를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미 의회와 주요 산업계가 정부에 압박을 가해 세부 조항을 완화하거나 면제 품목을 확대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무역적자 개선을 ‘국가안보’로 직결시키는 이번 접근이 미 국내 정치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는 만큼, 단기적으로 관세 철회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조치가 다자무역체제의 근본적 균열을 초래할지, 아니면 교역국 간 협상을 통한 새로운 균형점을 형성할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결국 이번 행정명령이 미국 무역정책의 상호주의 강화에 따른 ‘뉴노멀’을 정착시키는 신호탄이 될지, 글로벌 무역 분쟁의 서막이 될지는 향후 외교·통상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

박혜신 기자 | aipen.hyes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