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비상사태 속 무역관세 재조정…‘상호주의 관세’에 EU·FTA국 예외 신설
박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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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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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5
국가안보 위협 해소 목적…프레임워크 협정과 연계된 관세 유예 조치 확대
2025년 9월 5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무역관세 조치를 수정하는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동해, 국가비상사태 하에 설정된 ‘상호주의 관세 체계’를 일부 재편하고, 특정 교역국과의 ‘프레임워크 협정’ 체결을 전제로 한 관세 유예·면제 조치를 공식화했다. 이번 명령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국가비상법(NEA)’, ‘무역확장법 제232조’, ‘1974년 무역법 제604조’ 등 복수의 연방법을 근거로 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 상품 무역수지 적자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판단에 기반해 내려진 조치다. 이는 기존 행정명령 14257호(2025년 4월)와 14326호(2025년 7월)를 바탕으로, 무역적자 문제에 대응하는 한편 주요 전략산업 수입을 관리하기 위한 관세 정책의 변화를 담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은 2025년 4월 2일 발동된 행정명령 14257호에서 선포된 국가비상사태와 그에 따른 무역 정책의 연속선상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당시 명령은 “지속적이고 대규모의 미국 상품 무역수지 적자가 미국의 국가안보 및 경제에 이례적이고 중대한 위협을 초래한다”고 판단하고, 그 원인이 상당 부분 미국 외부에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상호주의 원칙에 기반한 관세(Reciprocal Tariff)를 도입하고, 미국과의 무역에서 비상호적인 구조를 유지하는 국가들에 대해 일정한 관세를 부과하였다.
이번 명령은 위 협정의 부속서(Annex II)를 개정해 관세 부과 대상 품목을 수정함과 동시에, 특정 교역국이 경제적·안보적 협력을 강화할 경우 해당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 또는 유예를 허용하는 새로운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의 ‘상호, 공정, 균형 잡힌 무역 프레임워크 협정’을 예로 들며, EU가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를 0%로 인하하고,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해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관세를 감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는 무역불균형 해소는 물론, 2018년 트럼프 정부 당시 선포된 철강(9705호), 알루미늄(9704호), 자동차(9888호), 구리(10962호) 관련 수입 규제의 연장선에서 미국의 전략산업 보호를 위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이번 명령에서 주목할 지점은 ‘프레임워크 협정’과 ‘최종 협정’의 이원적 구조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최종 협정 체결 전까지는 관세 인하 조치를 단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일부 프레임워크 협정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조기 인하가 가능하다는 유보 규정을 두었다. 또한 관세 인하 대상 품목은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제품’으로 제한하며, 그 목록은 항공기 및 부품, 일부 농산물, 비특허 의약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목록은 Annex로 별도 수록되어 있으며, 국가별 협상 결과에 따라 조정 가능하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다.
행정명령 제2조는 상기 부속서 개정을 통해, 명령 발효 3일 후부터 소비를 위한 반입 또는 창고 반출되는 상품에 대해 개정 관세율이 적용되며, HTSUS(Harmonized Tariff Schedule of the United States, 통일관세표)도 이에 맞게 수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3조와 제4조는 프레임워크 협정과 최종 협정 체결 시 상무부장관과 무역대표(USTR)가 협정 이행 여부를 판단하고 관련 조치를 시행할 권한을 부여받는다고 명시했다. 협정에 따라 발생한 관세 환급은 CBP(세관국경보호청)가 법에 따라 처리한다.
특히 이번 명령은 모니터링과 보고 절차에 있어 강한 통제 구조를 유지한다. 제5조에 따르면 상무부와 무역대표부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경제보좌관, 재무부, 국토안보부 등과 정기적으로 협의하며, 무역적자, 상호성 부족, 무역장벽, 임금억제 정책, 제조업 기반, 방위산업 기반 등 국가안보와 관련된 다양한 요소를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는 무역 정책이 단지 경제적 지표만이 아니라 국가 전략적 판단과 직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대통령은 본 명령을 통해 ‘관세 완화는 결코 일방적 조치가 아니며, 동맹국의 책임 있는 행동과 상호주의 원칙 하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국가 간 협상이 복잡하고 민감한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어떤 품목이 0% 관세 혜택을 받을지는 협정마다 다를 수 있음을 명시했다. 이로써 미국은 양자협정 중심의 통상 전략을 확고히 하고 있으며, 다자주의보다 자국 우선 전략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무역 체제를 재구조화하고 있다.
2025년 9월 5일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은 단순한 관세 정책 변경이 아닌, 국가안보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방위 통상전략으로 읽힌다. EU와의 프레임워크 협정 외에도, 향후 한국, 일본, 캐나다 등과의 협상이 진행될 경우 유사한 조건의 관세 유예 또는 완화 조치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조치는 미국이 무역 정책을 국가비상사태와 결합해 입법권을 우회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의회 차원의 예산 및 입법 지원, HTSUS 개정과 관련된 행정절차의 정합성, 관세 환급 범위와 시점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나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안보 연계 무역체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행정명령의 파장은 장기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박혜신 기자 | aipen.hyes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