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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보수정당, 노동 개혁의 '새 전략' 모색하다

엄기홍 기자 | 2025.04.23 | 조회 36

한국·일본·대만 보수정당의 상이한 노동정책 접근과 정치적 재정립 전략 분석

동아시아 보수정당, 노동 개혁의 '새 전략' 모색하다

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후반까지 한국·일본·대만의 보수정당은 정치적 위기와 정권 상실을 경험했다. 이들은 노동 문제에 관한 입장을 조정하며 정치적 정당성을 재구축하기 위해 각기 다른 전략을 펼쳤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일본의 자민당(LDP), 대만의 국민당(KMT), 한국의 국민의힘(PPP)이 각각 '재설계(Redesigning)', '전복(Subverting)', '후퇴(Rolling back)'라는 상이한 전략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보수정당이 각국의 정치적 배경과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라 서로 다른 정치적 선택을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 대만, 한국의 보수정당이 노동정책에 취한 접근방식의 차이는 폴라니(Karl Polanyi)의 '이중 운동(double movement)' 이론을 통해 설명된다. 이는 시장 확장과 사회적 보호 요구 간의 갈등 속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반응을 의미한다. 일본 자민당은 과거 민주당(DPJ)의 친노동 정책을 일부 수용하고 이를 적극 재편성하는 '재설계' 전략을 택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일하는 방식 개혁' 및 '여성노동참여 촉진(위미노믹스)'과 같은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자민당은 노동자 보호와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하며 정권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대만 국민당은 내부 분열과 시민사회와의 연결 약화로 인해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전복' 전략을 취했다. 2020년 대선에서 한궈위 후보는 민주진보당(DPP)의 노동 개혁을 비판하며 즉각적인 재정 지원과 같은 포퓰리즘적 약속을 제시했다. 국민당은 기존 노동 개혁이 부패한 기득권의 결과물이라고 비판하며 정치적 불안정을 통해 자신들의 정당성을 회복하려 시도했다.

한국의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한 강한 반발 여론을 활용하여 기존의 개혁을 되돌리는 '후퇴' 전략을 채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및 주 52시간 근무제와 같은 이전 정부의 노동정책이 경제적 효율성을 해친다며 이를 철회하거나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노조 활동을 엄격히 통제하는 등 정부의 역할을 최소한의 규제자로 축소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연구는 이러한 보수정당의 전략적 차이가 정당 내부 단결 수준, 시민사회와의 관계, 그리고 대중의 개혁 지지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분석한다. 일본 자민당은 내부적으로 단결이 강하고 시민사회와의 갈등이 적었기 때문에 '재설계' 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반면, 대만 국민당과 한국 국민의힘은 시민사회와의 관계가 취약했고, 특히 대만의 경우 내부 분열까지 겹쳐 효과적인 개혁적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각국 보수정당의 전략적 선택이 앞으로의 정치 구도에 미칠 영향은 클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친노동적 접근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과 대만은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혼란이 더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의 경우 노사 관계 악화와 노동정책의 정치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수 있어 향후 입법 과정에서도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대만 역시 포퓰리즘적 정책이 노동 문제 해결보다는 정치적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향후 각국의 보수정당이 정치적 안정을 이루고 사회적 요구를 효과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논문: https://doi.org/10.1080/00472336.2024.2323541
유튜브: https://youtu.be/HZQn9pJdNtc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