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는 2025년 7월 14일부터 4일간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비상(飛上) 프로젝트’를 개최하고, 지역 ABB(첨단기술·빅데이터·바이오) 분야 혁신기업 7개사의 해외 진출과 투자 유치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현지 IR과 쇼케이스를 통해 총 6건의 양해각서(MOU)와 복수의 NDA(비밀유지계약)가 체결됐으며, 1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제안도 이끌어냈다. 대구시는 이를 계기로 향후 지역 ABB 산업의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2023년부터 지역 산업 구조 재편과 미래 50년 성장 기반 구축을 목표로 ABB(Advanced Technology, Big Data, Bio) 분야 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왔다. 이른바 ‘글로벌 비상 프로젝트’는 이러한 육성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해외 진출 촉진 프로그램으로, 단순한 수출 지원을 넘어 초기 스타트업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과 투자 유치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목표를 담고 있다.
2025년 프로젝트에는 대구테크노파크와 공동 주관으로 지역 ABB 혁신기업 7개사(㈜루트랩, ㈜체리, ㈜빅웨이브에이아이, ㈜아키테크, ㈜무지개연구소, ㈜아이로바, ㈜인트인)가 참여했다. 참가 기업들은 사전 단계부터 글로벌 기초역량 강화 교육, 영문 피칭 및 투자자 응대 컨설팅, 온라인 미팅 등을 거치며 철저히 준비된 상태에서 싱가포르 현지 진출 기회를 타진했다.
행사는 현지 쇼케이스와 투자설명회(IR), 제품 시연회 등의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이를 통해 전 세계 40여 명의 글로벌 바이어 및 투자자에게 기술력을 선보였다. 결과적으로 총 6건의 MOU 체결과 NDA, 투자 협의 등 실질적인 성과가 도출됐다. 이는 단순 참관이 아닌, 실질적 시장진입을 염두에 둔 사업화 단계로의 이행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표적인 성과는 ㈜인트인의 사례에서 확인된다. 이 기업은 싱가포르 국립병원과 개인용 정자 분석 시스템 공동개발을 위한 NDA를 체결하였고, 동남아 의료기기 유통사와는 판권 협의를 위한 NDA도 추가 체결했다. 특히 싱가포르 소재 투자사로부터 약 1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검토 제안을 받아 향후 실질적인 투자유치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무지개연구소는 AI 기반 드론 소프트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 스페이스뱅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동시에 싱가포르 드론 제조사인 Avetics와의 공동개발 및 동남아 시장 공동 진출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향후 동남아 드론 플랫폼 시장 진입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키테크는 스마트 글래스를 활용한 클라우드 기반 건설관리 시스템을 선보이며, 싱가포르 내 다수의 투자사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특히 프랑스계 유럽 사모펀드 유라제오(Eurazeo), 레이즈 파트너(Raise Partner) 등이 기술의 시장성과 확장성에 주목해 향후 개념증명(POC, Proof of Concept) 단계를 공동으로 추진할 의사를 밝혔다. 이 경우 향후 동남아 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유럽계 자본과의 협업이 구체화될 수 있다.
이번 성과의 정책적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지방정부 주도의 기술 스타트업 국제화 전략이 기존의 수출 마케팅을 넘어, 투자 기반 확보 및 B2B 협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가 단위 무역지원사업과 달리, 지방정부가 전략산업을 선별하고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기술 외교 모델'로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다.
둘째, 현장 중심의 맞춤형 사전 프로그램 운영이 성과 창출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번 참가 기업들은 단순 현장 방문이 아닌, 영문 IR 자료 구성부터 현지 투자문화에 맞춘 피칭 전략까지 수개월간 사전 훈련을 받았다. 이는 스타트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사전 제고함으로써 실질적 투자 유치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적 기반으로 작용했다.
셋째, 동남아 시장을 전략적 교두보로 설정한 정책 방향도 주목된다. 싱가포르는 기술 스타트업의 동남아 진출 허브이자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밀집한 지역으로, 초기 투자와 시장 테스트가 동시에 가능한 지리적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향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진출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과제도 있다. MOU 및 NDA는 계약 전 단계의 협의 문서로, 실질적 매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후속 실증, 인증, 투자계약 체결 등 장기적인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의료기기, 드론 등은 해외 각국의 인증 체계를 통과해야 하며, 사업화까지 최소 6개월\~1년 이상의 준비 기간이 소요된다. 또한 후속 투자유치 및 수출을 위한 행정·법률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는 ABB 혁신기업에 한정된 실험적 모델이기에, 유사 정책의 확대 적용을 위해서는 후속 성과 검증과 지역 내 산업 연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즉, 프로젝트 참여기업의 수출계약, 고용창출, 외자유치 등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축적되어야 대구형 글로벌 진출 모델의 지속성과 확장성이 담보될 수 있다.
대구시의 ‘글로벌 비상 프로젝트’는 지방정부 주도의 스타트업 국제화 모델로서 정책 실험의 의미를 가진다. 특히 지방정부가 지역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투자유치와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합 지원한 사례로, 향후 중장기 성과에 따라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화 논의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정책적 후속 과제로는 첫째, 투자유치 연계를 위한 지방보조금 또는 기술보증 프로그램 마련, 둘째, 해외 인증절차를 지원하는 기술자문단 상설화, 셋째, 후속 프로젝트로서 ‘동남아 현지 사무소 설치’ 또는 ‘테크 미션 상설화’ 등이 거론된다. 동시에 지역 산업계와의 연계를 강화해 참가기업이 고립되지 않도록 연계 수요 창출, 공동 기술개발, 공동브랜드 구축 등 후속 클러스터 전략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향후 대구시의회와의 연계도 주목된다.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조례적 근거 마련, 예산 심의에서의 지속적 확보, 지역 산업계와의 협치 기반 조성이 이뤄질 경우, ‘대구형 글로벌 진출 패키지’로 정착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대구시가 일회성 행사를 넘어 정책과 법제화를 통한 국제화 전략의 정교화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구 ABB 혁신기업, 싱가포르서 글로벌 시장 진출 시동
서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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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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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글로벌 비상 프로젝트' 통해 7개 벤처기업 동남아 진출 지원… 투자 유치 및 NDA 체결 성과
서대원 기자 | aipen.dwse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