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대구에서는 대선 정국의 주요 축 중 하나인 ‘안보’와 ‘정책 전문성’ 논쟁이 정점에 달했다. 예비역 육해공 장성들은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서 이재명 후보의 안보관에 대한 신뢰 제고에 나섰고, 이에 맞서 국민의힘 대구시당은 24일 대구경북 한의사회의 김문수 후보 지지선언과 정책간담회를 개최하며 지역 전문직 표심 결집에 나섰다. 각기 다른 영역에서 벌어진 유세 행보는 대구에서 ‘보수성의 재정의’와 ‘정책 대결 구도’를 동시에 부각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이 제기한 이재명 후보의 안보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예비역 장성 라인을 전면에 배치했다. 정항래 중장을 필두로, 김도호 공군 소장, 진호영 공군 준장, 황인권 육군 대장, 박종진 육군 대장, 김기노·김기조 해군 준장 등 총 6인의 예비역 장성들이 이 후보의 ‘K-국방’, ‘K-안보’ 비전을 중심으로 대구 유세에 나섰다.
이들은 대구·경북에서 근무했거나 연고를 가진 인사들이라는 공통점 아래, 대구 시민들과의 접점을 강화하며 보수층의 안보 프레임에 반격을 시도했다. 정 중장은 “군을 정략적으로 악용한 12.3 내란과 계엄 시도는 오히려 안보의 적”이라며 “이재명 후보의 안보관은 헌법적 군 통수권 원칙을 지킨다는 점에서 더 정통성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황인권 전 2작전사령관은 “이재명 후보가 집권하면 안보는 오히려 더 튼튼해진다”며 “K-방산, 지속가능 평화를 위한 국방체계 구축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김도호 소장은 “군은 반헌법적 명령에 굴복하지 않아야 하며, 정치화된 군이 아닌 국민 신뢰 기반의 군 체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안보가 더 이상 특정 정치 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며, 실용주의와 전문성에 기초한 안보 구상이 유권자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같은 시기 대구경북 한의사회의 조직적 결집을 통해 정책 기반 유세를 강화했다. 5월 24일 오후 4시 30분, 국민의힘 대구시당 강당에서는 한의학발전본부 주최로 ‘김문수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 및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강대식 대구 공동선대위원장과 장호정·조희창 공동본부장을 포함한 지역 한의사 30여 명이 참석해 김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지지선언문에서 “끝없이 무너지는 사회 정의, 의료체계 붕괴, 포퓰리즘으로 인한 국가정체성 파괴” 등을 거론하며, “김문수 후보야말로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는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선언에 이어진 정책간담회에서는 한의난임부부 지원 확대, 건강보험 한방진료 보장성 강화, 한의사 X-ray 사용 허용, 한약비 급여화 등 실질적인 정책과제가 논의됐다.
양측의 메시지는 방향과 어조 모두에서 대조된다. 민주당은 군 출신 인사들을 통해 안보 문제를 국방 전문성과 헌법 수호 관점에서 접근했고, 국민의힘은 보건의료계 전문직 조직의 정책 이해를 반영하며 의료정책 중심의 유권자 전략을 취했다. 특히 민주당의 안보 전략은 최근 드러난 내란 모의 사건과 맞물려 ‘누가 더 안보에 위협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보수 지지층에 되묻는 효과를 노렸다. 국민의힘은 ‘국가정체성 회복’과 ‘보수 정책 정체성 재강조’라는 차원에서, 김문수 후보의 대안성을 내세우는 방식을 택했다.
보수세가 강한 대구라는 지역적 특성상, 유권자 반응은 양 극단의 메시지 사이에서 갈리고 있다. 안보를 중시하는 중장년층에서는 민주당 장성들의 행보에 정치와 군의 경계를 허무는 우려를 드러내는 반응도 있으나, 군 내부 개혁과 실용 안보의 전환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국민의힘은 의료계처럼 직능 조직 기반의 동원을 통해 표의 확장을 노리고 있으며, 이 방식은 타 지역으로도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예비역 장성들의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과 국민의힘 한의사 지지 행사 간 대구 격돌은, 단순한 유세를 넘어 2025년 대선 정국의 ‘정책 대결 구도’ 전환을 상징한다. 보수의 전통 텃밭으로 분류되던 대구에서 민주당은 안보 분야, 국민의힘은 의료 정책이라는 정공법으로 맞섰다. 이는 ‘감정과 프레임’의 선거가 아닌 ‘정책과 신뢰’의 선거로 전환하려는 양측의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향후 선거 흐름은 이 같은 ‘정책 기반 세 결집’과 ‘프레임 해체’ 시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지층 외연을 확대하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12.3 내란 시도 및 안보 이슈는 중앙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지역 유권자 정서와 연결시킬지가 관건이다.
한편, 직능 조직의 전략적 동원 여부와 관련한 제도적 쟁점도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의료·군 출신 단체의 정치 행위는 표현의 자유와 공직 중립의 균형을 시험할 수 있으며, 선거 이후 제도적 규율 논의로 확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대구에서 벌어진 이례적 이중 유세는 ‘보수 정체성’과 ‘국가 운영의 실력’ 중 어디에 유권자들이 무게를 두는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안보와 의료라는 전통적 신뢰 기반을 무대로 한 이번 충돌이 대선의 균형추를 어떻게 움직일지는, 향후 유세전의 밀도와 메시지 일관성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서 격돌한 ‘안보’와 ‘정책 전문성’ 이슈
육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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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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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장성들 “이재명 안보관 무결함 증명”에 맞서 한의사들 “김문수만이 가치 붕괴 멈출 해결사”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