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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세종문화회관, 수도권-지역 문화격차 해소 위한 협력 체계 구축

서대원 기자 | 2025.07.24 | 조회 19

공연 콘텐츠 공동제작·예술단체 교류로 문화예술 저변 확대 추진

출처: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출처: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문화예술회관과 세종문화회관은 2025년 7월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귀빈실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양 기관의 공연 콘텐츠와 예술자원 공유, 시립예술단체 교류, 정책·행정 협력을 통해 수도권과 지역 간 문화예술 격차를 줄이고 상생 기반의 예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문화예술의 수도권 집중 문제는 오랜 시간 지역 문화계의 구조적 불균형으로 지적되어 왔다. 서울을 중심으로 기획·제작된 공연과 예술 콘텐츠가 대부분 수도권에서 소비되는 구조는, 지역 주민의 문화 접근권을 제약하고 문화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특히 예산, 기획 역량, 인프라 측면에서 서울 중심 대형 공연장의 독점적 위치는 지역 문화예술기관의 자생력 약화를 초래해 왔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대구문화예술회관과 세종문화회관은 기관 간 협약을 통해 협력 체계를 제도화하고, 장기적인 상호 발전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업무협약의 상징성과 실질적 효용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협약은 문화예술 진흥법상 지역문화진흥의 책무를 실현하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양 기관은 △공연 콘텐츠의 교류 및 공동 제작 △예술 전문 인력의 상호 교류 △정책적·행정적 협력에 따른 문화 저변 확대를 협약의 핵심 내용으로 명시했다. 특히 ‘콘텐츠 공동 제작’ 항목은 단순한 작품 순회나 장소 대관 차원을 넘어, 기획 단계부터 양 기관이 협력하는 수평적 제작 모델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존 수도권 중심 콘텐츠 배급 방식과의 차별성을 보여준다.

구체적인 사례로, 서울시 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 작품 ‘일무’가 오는 9월 대구문예회관 팔공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이 작품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인 ‘종묘제례악’의 의식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공연으로, 정구호 연출과 서울시무용단 정혜진 예술감독이 협업한 대표적 전통예술 현대화 시도이다. 2022년 초연 이후 2023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이 작품은, 이번 대구 공연을 통해 지역 관객에게 처음 선보이게 된다.

주목할 점은 이번 공연이 단순한 유치가 아니라 양 기관의 ‘공동 추진’으로 기획되었으며, 전체 예산의 절반을 세종문화회관이 부담했다는 점이다. 이는 수도권 기관이 자원을 하향 전파하거나 일방적으로 배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비용 분담과 기획 참여를 통해 지역 문화기관을 대등한 협력 주체로 인정했다는 상징적 사례로 해석된다. 세종문화회관은 최근 ‘제작극장’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플랫폼 기반의 창작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협약은 단순한 지역공연 확대가 아니라, 서울 기반 제작극장이 지역 거점 기관과 협력해 전국 단위 창작·유통망을 실험하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또한 예술 전문 인력의 상호 교류 조항은, 수도권 집중 문제의 또 다른 양상인 ‘인적 자원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 예술단체의 인력은 예산 제약 및 수요 부족으로 전문성 확보에 한계가 있어 왔으며, 청년 예술가의 수도권 유출은 지역 예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작용해 왔다. 이번 협약에 따라 예술단체 상호 초청, 기획 연수, 협업 프로젝트 등이 실현된다면, 수도권과 지역 간 인적 네트워크의 불균형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구문화예술회관과 세종문화회관 간 협약은 지역과 수도권 간 문화예술 균형 발전의 실질적 전환점을 마련한 사례로 평가된다. 대등한 자원 분담과 공동 기획을 통해 기존 일방적 콘텐츠 배급 구조를 넘어서려는 시도는 향후 다른 지역문화기관과의 협력 모델로 확장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향후 협약의 이행 과정에서 정례적 협의체 구성, 기획-제작-유통 단계별 공동 프로세스 확립, 문화예산 공동 집행 등의 제도화가 이뤄진다면, 지역 문화정책의 질적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진흥 관련 법령이나 시의회 차원의 정책 지원이 병행된다면, 이러한 협력이 실험적 사례를 넘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대원 기자 | aipen.dwse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