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가 추진 중인 행정통합 특별법이 본격적인 국회 입법 절차를 앞두고 있다. 김정기 대구광역시장 권한대행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2026년 2월 2일 국회를 방문해 여야 지도부를 잇따라 만나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과 통과를 요청했다. 법안은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방소멸 대응을 목표로, 기존 광역자치단체 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지방정부 모델을 제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의 동의 절차는 마무리된 상태로, 향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논의와 본회의 처리 여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는 장기간 제기돼 온 지방소멸과 수도권 집중 문제에 대한 제도적 대응에서 출발한다. 인구와 산업, 재정이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 속에서 기존 광역자치단체 단위의 분권만으로는 지역 경쟁력 회복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왔다. 대구와 경북은 생활권과 산업권이 이미 상당 부분 결합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구역 분리로 인해 정책 연계와 재정 운용에서 비효율이 발생해 왔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해 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양 시도는 단순한 협력 수준을 넘어 법률에 근거한 통합 행정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이번 특별법은 기존 「지방자치법」 체계에서 허용되지 않는 특례를 폭넓게 담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통합 지방정부에 대해 중앙정부 권한의 대폭 이양과 재정 자율성 확대를 명시하고, 국가 차원의 균형발전 정책과 연동해 별도의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김정기 권한대행과 이철우 지사는 국회 면담 과정에서 행정통합이 특정 지역의 이해에 국한된 정책이 아니라, 광주·전남, 대전·충남 등 다른 권역 통합 논의와 함께 국가 균형발전을 이끄는 ‘5극 3특’ 성장전략의 핵심 축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특정 정권의 지역 공약이 아니라 구조적 국가 과제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입법 과정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정치적 설득 전략이다. 대구·경북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의 면담에서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국가균형발전 기조와 특별법의 취지가 일치한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동시에 국민의힘 지도부와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지방선거 일정과 연계된 제도 정비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 선출을 위해서는 2월 중 특별법 처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국회 차원의 신속한 논의를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쟁점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우려는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 간 불균형이다. 특히 경북 북부권 등 인구 감소 지역이 통합 이후 정책·재정 배분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대구시와 경북도는 특별법에 균형발전 정책 시행 의무를 명시해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선언적 조항에 그칠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향후 법안 심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재정 배분 기준과 정책 수단이 어떻게 설계될지가 관건이다.
또 다른 쟁점은 중앙정부와의 권한 관계 설정이다. 특별법이 실질적인 분권 효과를 가지려면 단순한 사무 위임을 넘어 재정 권한과 조직 운영 자율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이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 중앙 부처의 권한 조정 문제와 직결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정부 부처 의견이 반영될 경우, 법안 내용이 상당 부분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과거 세종시 설치 특별법이나 제주특별자치도법 논의 과정에서도 중앙-지방 간 권한 배분을 둘러싼 조율이 장기간 이어진 바 있다.
정치 지형 역시 변수다. 여야 모두 원칙적으로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표방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제도 설계 단계에서는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 특히 특정 지역 통합이 선례가 될 경우,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잇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가 신중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충분한 검토와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것은 원론적 공감과 별개로 세부 쟁점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특별법 논의는 지방자치 제도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라는 평가를 받는다. 행정통합이 단순한 조직 축소나 행정구역 변경에 그친다면 반발과 혼란만 초래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권한 이양과 재정 자율성을 동반한 새로운 지방정부 모델로 자리 잡을 경우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대구·경북이 강조하는 ‘백년대계’라는 표현은 이러한 장기적 제도 실험의 성격을 반영한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은 현재 지방의회 동의라는 1차 관문을 넘고 국회라는 결정적 단계에 진입해 있다. 향후 행정안전위원회 법안 심사와 여야 간 협상 과정에서 권한 이양 범위와 재정 특례의 구체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별법이 예정대로 처리될 경우, 통합 지방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지방자치 체계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논의가 장기화되거나 내용이 축소될 경우, 행정통합 자체에 대한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국회가 이번 입법을 통해 지방분권의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국회 문턱 앞에서 여야 설득 총력
박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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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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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일극 체제 대응과 국가균형발전 명분 속 입법 성사 가능성 주목
출처: 대구경북통합추진단
박혜신 기자 | aipen.hyes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