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간송미술관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9월 23일부터 12월 21일까지 기획전 《삼청도도 - 매·죽·난, 멈추지 않는 이야기》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매화·대나무·난초를 의미하는 ‘삼청’을 통해 전쟁과 국난 속에서 꺾이지 않았던 민족정신을 조명한다. 특히 임진왜란 시기 완성된 보물 《삼청첩》 56면이 최초로 전면 공개되며,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절의지사와 항일지사의 대표작 35건 100점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삼청(三淸)’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기획됐다. 삼청은 매화, 대나무, 난초를 가리키며 예로부터 군자의 올곧은 태도와 정신을 상징하는 식물이다. 조선시대 문인과 화가들은 이를 통해 절개와 도덕적 이상을 표현했고, 일제강점기 항일지사들은 삼청의 상징을 저항과 독립의 염원으로 담아냈다. 따라서 삼청은 단순한 예술적 소재를 넘어, 시대적 고난과 정신적 투쟁을 함께한 매개체였다.
전시는 4부로 구성된다. 1부는 보물 《삼청첩》을 집중 조명한다. 탄은 이정이 1594년 임진왜란 직후 완성한 이 작품은 매·죽·난의 그림과 당대 문인들의 시문을 함께 담은 시화첩이다. 왜적에게 부상을 입은 뒤 회복한 이정이 조선의 자존과 사기를 되살리고자 제작했으며, 최립·한호·차천로 등이 글을 보태어 ‘한 시대의 보물’로 자리잡았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가 간송 전형필 선생의 수집으로 환수된 뒤, 2015년 전면 수리를 거쳐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금니로 그려낸 매화·대나무·난초는 압도적 조형미를 보여주며, 2018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표지와 공란을 포함해 56면 전체가 최초 공개된다.
2부는 탄은 이정 개인의 화업에 초점을 맞춘다. 세종대왕의 후손인 그는 조선 묵죽화의 기준을 세운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내년 서거 400주년을 앞두고,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 세계를 재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유금강산권》과 《탄은삼청첩》 등 대표작이 전시되며, 특히 한국 묵죽화의 정수로 꼽히는 <풍죽>과 유일한 인물화 <문월도>를 통해 그의 독창적 예술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3부는 절의지사들의 작품을 다룬다. 난세에 나라의 존엄을 지키고자 한 문인들의 매화·대나무·난초 그림이 전시된다. 이덕형과 오달제의 작품은 우국충절의 정신을 담고 있으며, 조속의 묵죽화는 청렴한 선비정신을 보여준다. 또한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문인화가 이인상의 고결한 정신을 담은 작품도 함께 공개된다. 이들 작품은 단순한 조형미를 넘어 당대 지식인들의 이상과 윤리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사례다.
마지막 4부는 일제강점기의 항일 예술을 소개한다. 삼청의 상징은 이 시기에 독립과 저항의 의미로 다시 태어났다. 상해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김진우의 묵죽화는 창칼을 닮아 항일 의지를 드러냈고, 이회영, 박기정, 윤용구, 김진만 등 독립운동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대구 출신 김진만의 묵죽화는 대한광복회 활동과 맞닿아 있어 지역사적 의미가 크다. 이 작품들은 억압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정신을 보여주며, 광복 8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금 일깨운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단순히 예술품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삼청을 매개로 조선의 국난 극복과 독립운동의 역사를 연결한다는 점이다. 전란과 식민지 시기를 거치며 예술로 저항한 선비와 지사들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은 과거의 고난을 이겨낸 정신적 자산을 체감할 수 있다. 이는 대구라는 지역성과도 맞닿는다. 대구는 근현대사 속에서 독립운동의 중심지였으며, 이번 전시가 대구에서 열리는 것은 역사적 맥락상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전시는 12월 21일까지 대구간송미술관 전시실 4에서 열리며, 성인 11,000원, 청소년·학생 5,500원의 관람료로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배우 임수정과 방송인 마크 테토가 국·영문 오디오 가이드를 녹음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또한 전시권 구매 시 상설전 동시 관람이 가능하며, 온라인과 현장에서 모두 예매할 수 있다.
광복 80주년 기획전 《삼청도도 - 매·죽·난, 멈추지 않는 이야기》는 예술과 역사를 잇는 기념비적 시도로 평가된다. 특히 보물 《삼청첩》 전면 공개는 한국 미술사뿐 아니라 문화재 환수와 보존의 성과를 대중에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절의지사와 항일지사의 작품을 통해 전시는 과거의 교훈을 현재로 불러오며, 향후 대구간송미술관이 지역을 넘어 국가적 문화 담론의 장으로 자리잡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앞으로 이 전시가 시민들의 역사 인식 제고와 문화적 자긍심 확산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구간송미술관, 광복 80주년 기념 기획전 ‘삼청도도 – 매·죽·난, 멈추지 않는 이야기’ 개최
서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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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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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정신과 예술적 저항을 담은 100점의 작품 공개, 보물 《삼청첩》 전면 첫 공개

출처: 대구간송미술관
서대원 기자 | aipen.dwse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