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 의원들은 집행부 견제를 핵심 역할로 인식하지만, 실제 시간배분에서는 제도적 일정과 선거 압력에 의해 인식과 행동 사이에 구조적 괴리가 발생한다는 분석 결과가 제시되었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30여 년이 지난 현재, 한국 기초지방의회는 존속 여부의 논쟁을 넘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라는 성과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기초의회는 법적으로 입법·예산·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집행부를 견제하는 핵심 기관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지역 행사 참석이나 민원 중개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지속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이 연구는 의원이 스스로 인식하는 이상적 역할과 실제 의정활동 간의 관계를 시간배분 자료를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이 연구는 2019년 8월 경기도 5개 대도시(고양·부천·성남·수원·용인) 기초의회 의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최종 124명의 응답을 분석에 활용하였다. 역할 인식은 ‘주민 대변’, ‘집행부 견제’, ‘이해관계 조정’, ‘정책 결정’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기능적 역할로 측정하였다. 종속변수는 원내 활동과 원외 활동에 투입한 주당 시간 비율이며, 극단치를 보정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 분석 방법으로는 분산분석(ANOVA), 독립표본 T검정, K-means 군집분석, 로지스틱 회귀분석이 순차적으로 적용되었다.
분석 결과, 응답자의 53.2%가 ‘집행부 견제’를 가장 중요한 역할로 인식하였다. 역할 인식 유형에 따라 원내 활동 비율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집행부 견제 집단은 원내 활동 비율 평균이 48.01%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원외 활동 비율은 역할 인식 유형 간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역할 인식이 원내 활동에서는 일정 부분 행동으로 연결되지만, 원외 활동에서는 그렇지 않음을 의미한다.
주목할 점은 ‘주민 대변’을 가장 중요하게 인식한 의원 집단에서도 원외 활동 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본회의, 상임위원회, 예산·결산 심의 등 의무적 원내 일정이 의원의 시간 자원을 선점하는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주민 중심의 역할 인식이 존재하더라도, 제도적 시간 구조가 이를 충분히 행동으로 전환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군집분석 결과, 의원들은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었다. 첫째, ‘일치-원내형’(33.9%)은 집행부 견제를 중시하며 원내 활동에 집중하는 집단이다. 둘째, ‘일치-원외형’(30.6%)은 주민 대변을 중시하고 원외 활동 비율이 높은 집단이다. 셋째,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불일치-제도형’(35.5%)은 주민 대변을 강조하는 인식을 갖고 있으나 실제 활동은 제도적 원내 일정에 의해 제약받는 집단이다. 이 유형은 인식과 행동 간 괴리가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집단으로 해석된다.
괴리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수행된 로지스틱 회귀분석에서는 대졸 이상 학력, 도시 선거구, 재선 의지가 불일치-제도형 소속 가능성을 유의하게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문성을 중시하는 인식과 도시 지역의 높은 민원 밀도, 그리고 재선 압력이 결합될 때 인식-행태 괴리가 구조적으로 강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연령, 선수, 정당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경력에 따른 분석에서는 재선 이상 의원이 초선 의원보다 ‘민원 해결 성과’를 재선의 핵심 요인으로 더 높게 인식하며, 실제 민원 해결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정 경험이 축적되면서 전략적 시간배분이 학습된다는 ‘역할 학습’ 가설을 지지한다.
이 연구는 역할 이론을 시간배분이라는 구체적 행동 지표와 결합하여, 인식이 자동적으로 행동으로 전이되지 않는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제시하였다. 특히 ‘제도가 시간을 포획한다’는 관점에서, 의무적 원내 활동과 선거 경쟁 압력이 의원의 시간 자원을 구조적으로 제약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만 연구는 5개 대도시 표본에 한정되며, 자기보고식 시간 자료의 한계를 가진다는 점에서 일반화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결국 기초의원의 역할 수행은 개인의 규범적 인식보다 제도적 시간 구조와 선거 압력이라는 구조적 조건에 의해 강하게 형성되며, 인식-행동 괴리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제도 설계의 문제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 논문: http://dx.doi.org/10.20973/jofp.2025.15.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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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원은 무엇을 하려 하는가, 그리고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
엄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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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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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배분 분석으로 본 한국 기초의회 의원의 역할 인식과 행동의 괴리
출처: 미래정치연구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