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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통합위원장, 이태원 참사 유가족 면담… “국가의 책임 저버린 위헌행위”

박혜신 기자 | 2025.10.24 | 조회 42

이석연 위원장, ‘별들의 집’ 찾아 공식 사과… 참사 재발 방지·진상 규명 강조

2025년 10월 24일, 이석연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은 서울 이태원 ‘별들의 집’을 방문해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위원장은 “159인의 영령 앞에 국민통합위원장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고, 참사의 책임자들이 아무도 물러나지 않은 현실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한 정부 합동감사 결과에 일부 진전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아픔과 분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이태원 참사는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핼러윈 기간 중 발생한 압사 사고로, 159명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된 대규모 사회참사다. 참사 이후 정치·행정 책임자들의 부재와 진상규명 지연 문제는 유가족과 시민사회 전반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3주기를 앞둔 시점에서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유가족을 찾아 사과와 대화를 진행한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면담은 10월 2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이태원의 추모 공간인 ‘별들의 집’에서 진행되었다. 이석연 위원장은 유가족을 향해 “국가가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저버린 것은 명백한 위헌행위”라며, 헌법 제34조 제6항을 인용해 정부 책임의 헌법적 성격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날 이후 책임지고 물러난 공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이는 공공윤리를 망각한 결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자신의 경험도 언급했다. 그는 참사 직후 분향소를 찾아 아내와 함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을 공유하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깊은 고통을 느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사람은 해치지 못해도 하늘은 벌을 내린다”는 장자의 말을 인용해 당시의 행정적 책임자들을 질타하며, 인간적 양심의 회복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벌어진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이 위원장은 서울시가 용산구에 ‘지역축제 안전관리 우수사례 경진대회’ 대상을 수여했다가 취소한 사례를 들어 “이것은 국민을 우롱한 일이며, 저 또한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심사위원들이 ‘주최자 없는 축제 관리의 선도 모델’로 평가한 이태원 핼러윈 안전대책을 수상 대상으로 선정한 데서 비롯됐으나, 유가족과 시민사회의 반발로 취소된 바 있다.

정부의 공식 대응 가운데 가장 최근 이슈는 합동감사 결과 발표였다. 정부는 2025년 7월 23일부터 TF를 구성해 경찰청, 서울시청, 용산구청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고, 10월 23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데 다소나마 기여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완결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송해진 운영위원장은 “저희의 목소리를 들어주시려는 의지가 느껴져 실낱같은 희망이 생긴다”고 말하며, 진정성 있는 소통과 관심이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유가족의 발언은 단순한 감사 인사를 넘어서, 현재도 계속되는 고통과 국가로부터의 책임 있는 보상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석연 위원장은 이날 면담 말미에, “오는 10월 29일 열리는 이태원 참사 3주기 추모식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이 참사를 국민적 아픔으로 온전히 새기고, 국민통합을 위한 사회적 교훈으로 남기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위원회가 피해자 중심 접근법을 바탕으로 사회적 갈등과 트라우마를 해소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이석연 위원장은 2025년 9월 15일 취임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종교계 인사 등을 연이어 예방하며, 국민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현장 중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유가족 면담도 그 일환으로, 통합이라는 추상적 담론을 피해자의 고통이라는 구체적 현실에서 실천하고자 한 시도였다.

이번 면담은 이태원 참사 이후 국민적 분노와 유가족의 고통이 여전히 진행형임을 공적으로 인정한 첫 고위급 메시지로 평가된다. 이석연 위원장이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장 자격으로 공식적인 사과와 위헌행위 언급을 통해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한 점은 향후 정부 정책과 입법 방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헌법 조항을 직접 인용하며 국가의 책임을 강조한 것은, 향후 ‘참사 예방과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헌법적·입법적 접근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여부와 관련 법제도의 정비 논의에 있어, 국민통합위원회가 피해자 관점에서 목소리를 낼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주기 추모식을 앞둔 시점에서 이 위원장의 발언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유가족의 고통을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할 과제로 전환하려는 시도이며, 향후 대통령실·국회·시민사회가 이 메시지를 어떻게 수용하고 실천할지가 관건이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적 제도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통합은 공허한 수사가 될 것이다. 이번 면담은 그 분기점이다.

박혜신 기자 | aipen.hyes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