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AI PEN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는 왜 청소년의 정치적 관심을 높이는가

엄기홍 기자 | 2026.05.04 | 조회 5

청소년 시민교육의 핵심은 정치 대화의 양이 아니라 개방적 교실 토론 분위기다

출처: 평화연구

출처: 평화연구

김한나 전북대학교 교수의 논문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는 청소년 정치적 관심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학생이 인식한 개방적 교실 토론 분위기의 조절 효과」는 청소년 정치사회화 과정에서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가 정치적 관심과 어떠한 관계를 갖는지를 분석한다. 이 연구는 전국 초·중·고등학교 학생 8,654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자료를 활용해 다층모형분석을 수행했다. 분석 결과 부모와 친구와의 정치적 대화는 청소년의 정치적 관심과 정(+)의 관계를 보였지만,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는 정치적 관심과 부(-)의 관계를 보였다. 다만 학생이 교실을 개방적 토론 공간으로 인식할수록 이러한 부정적 관계는 완화되었고, 개방적 교실 토론 분위기가 높은 조건에서는 관계가 긍정적 방향으로 바뀌는 양상도 확인되었다. 이 결과는 시민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교사와 정치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가 아니라, 그 대화가 어떤 교실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느냐라는 점을 보여준다.

청소년의 정치적 관심은 민주주의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요한 정치사회화 지표다. 정치적 관심은 단순히 정치 뉴스를 좋아하거나 선거 정보를 많이 아는 상태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개인이 공적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사회적 갈등과 정책 쟁점에 대해 판단하려는 동기를 형성하는 과정과 관련된다. 청소년기에 형성된 정치적 관심은 이후 시민적 행동, 정치참여, 민주적 의사소통 역량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이 누구와 정치적·사회적 문제에 대해 대화하는지, 그리고 그 대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는 시민교육 연구의 중요한 질문이다.

기존 정치사회화 연구는 가족, 또래, 학교를 주요 사회화 주체로 보아 왔다. 가족은 청소년이 처음 접하는 정치사회화 공간이며, 부모의 정치적 관심과 가치관은 자녀의 태도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래 집단은 부모와 달리 수평적 관계 속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자신의 정치적 자아를 시험해 보는 공간을 제공한다. 청소년은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사회적 쟁점을 보다 일상적인 언어로 이해하고, 자신의 견해를 확인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도 부모와 친구와의 정치적 대화는 청소년 정치적 관심과 긍정적 관련성을 보였다. 최종 분석모형에서도 부모와의 정치적 대화 계수는 0.359로 통계적으로 유의했고, 친구와의 정치적 대화 계수도 0.160으로 유의했다. 이는 부모와 또래가 청소년 정치사회화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한다.

반면 이 연구가 주목한 핵심은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이다. 학교는 민주주의 규범을 배우는 대표적 제도 공간이고, 교사는 학생이 사회적 쟁점과 공적 의사소통의 규범을 접하도록 돕는 중요한 행위자다. 이론적으로 보면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는 청소년의 정치적 관심을 높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교사가 사회문제와 정치 쟁점을 설명하고, 학생들이 의견을 말하도록 격려하며, 다양한 관점을 소개한다면 학생들은 정치를 보다 가깝고 의미 있는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연구는 한국의 교육 맥락에서는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가 항상 긍정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 이유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부모나 친구와 다르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의 대화는 장기간 반복되는 사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친구와의 대화는 비교적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제도적 성격을 띤다. 학생은 교사를 지식 전달자이자 평가 권한을 가진 성인으로 인식할 수 있다. 교사와의 대화는 수업, 학교 규범, 평가 체계와 결합되어 이루어지기 쉽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입시 중심 교육환경과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강한 요구가 존재한다. 이런 조건에서는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가 자유로운 의견 탐색이라기보다 조심스럽고 제한된 공적 상호작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두 가지 가설을 설정했다. 첫째,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 빈도가 높을수록 청소년의 정치적 관심도는 낮아질 수 있다는 가설이다. 둘째,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와 정치적 관심 간 부정적 관계는 학생이 인식한 개방적 교실 토론 분위기가 높을수록 완화될 것이라는 가설이다. 여기서 개방적 교실 토론 분위기, 즉 OCC는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서로 다른 견해를 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교실의 상호작용적 특성을 의미한다. 이 연구는 OCC를 학교 전체의 객관적 문화라기보다 학생이 인식한 교사의 개방적 토론 지지 수준으로 개념화했다.

분석 자료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 시민성 함양을 위한 정치참여 지원 방안 연구」 2023년 데이터이다. 이 조사는 전국 17개 시도 359개 초등학교 5~6학년, 중학교 1~3학년, 고등학교 1~3학년 학생 8,654명을 대상으로 했다. 표본은 다단계 층화집락추출 방식으로 구성되었고, 학생 조사는 2023년 5월부터 7월까지 학교 방문 및 우편조사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 연구는 학생이 특정 학교에 속해 있는 위계적 자료구조를 고려해 다층모형분석을 사용했다. 이는 동일 학교 학생들이 지역적 배경, 학교문화, 교사의 지도 방식 등 공통된 환경 요인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속변수는 정치적 관심도이다. 정치적 또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묻는 문항을 사용했으며, 응답은 ‘전혀 관심 없음’부터 ‘매우 관심 있음’까지 4점 척도로 측정되었다. 주요 독립변수는 부모, 친구, 교사와 정치적 또는 사회적 현안에 관해 대화한 빈도이다. 이 역시 ‘전혀 하지 않음’부터 ‘자주 함’까지 4점 척도로 측정되었다. 조절변수인 OCC는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도록 격려한다”, “선생님들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기 의견을 표현하도록 격려한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 함께 이슈를 토론하도록 권장한다”, “선생님들이 학급에서 이슈를 설명하면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준다”라는 네 문항의 평균값으로 구성되었다. 이 척도의 신뢰도 계수는 0.85로 보고되었다.

분석 결과는 사회화 주체별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부모와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주 대화할수록 학생의 정치적 관심은 높았다. 친구와의 정치적 대화도 유의한 긍정적 관련성을 보였다. 이는 가정과 또래 관계가 청소년의 정치적 관심 형성에 중요한 사회화 공간이라는 기존 논의와 일치한다. 그러나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는 다른 방향을 보였다. 모델 4에서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 계수는 -0.072로 통계적으로 유의했고, 최종 모델 6에서도 -0.096으로 유의했다. 즉 부모와 친구와의 대화는 정치적 관심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결되지만,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는 오히려 정치적 관심이 낮은 방향과 연결되었다.

이 결과는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가 본질적으로 해롭다는 뜻이 아니다. 이 연구의 중요한 해석은 교사와의 대화가 학생에게 어떤 상호작용으로 경험되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데 있다.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가 학생에게 평가받는 상황, 정답을 요구받는 상황, 혹은 정치적으로 조심해야 하는 상황으로 인식된다면 정치적 관심을 높이기보다 오히려 정치적 사안을 부담스러운 주제로 만들 수 있다. 특히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이 강하고, 학교가 입시와 성취 중심으로 운영되는 맥락에서는 정치적 대화가 민주적 토론이라기보다 제한된 공적 대화로 경험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변수가 개방적 교실 토론 분위기이다. 모델 5에서 OCC는 청소년의 정치적 관심과 유의한 정(+)의 관련성을 보였다. 모델 6에서는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와 OCC의 상호작용항이 0.074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이는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가 정치적 관심과 맺는 관계가 대화 빈도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학생이 인식하는 교실 토론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OCC가 낮은 조건에서는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 빈도가 높을수록 정치적 관심이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했다. 반면 OCC가 높아질수록 이 부정적 관계는 약화되었고, 높은 OCC 조건에서는 관계의 방향이 긍정적으로 전환되는 양상도 확인되었다.

이 연구의 그림 1은 부모, 친구,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가 정치적 관심과 어떻게 다르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부모와 친구의 경우 대화 빈도가 증가할수록 정치적 관심도 함께 높아지는 우상향 관계가 나타난다. 그러나 교사의 경우에는 정치적 대화 빈도가 증가할수록 정치적 관심이 낮아지는 하향 관계가 나타난다. 그림 2는 OCC의 조절효과를 보여준다. OCC가 낮을 때는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가 정치적 관심과 부정적으로 연결되지만, OCC가 높을 때는 이 관계가 완화되고 일부 조건에서는 긍정적 방향으로 바뀐다. 이 시각적 결과는 시민교육에서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가 어떤 조건에서 교육적 효과를 가질 수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강건성 검토 결과도 핵심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 연구는 학교 고정효과 모형을 적용한 추가 분석을 수행했고, 이 경우에도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와 정치적 관심 간 부(-)의 관련성 및 OCC의 완화 효과는 대체로 동일한 방향으로 유지되었다. 또한 OCC를 학교별 평균값으로 집계해 집단 수준 변수로 투입한 다층모형에서도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와 OCC의 상호작용 효과는 동일한 방향과 유의성을 유지했다. 이는 핵심 결과가 특정 모형 설정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연구의 정책적 함의는 명확하다. 청소년 시민교육에서 교사와 정치적 대화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이분법은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대화가 어떤 규범과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는가이다. 교사가 사회적 쟁점을 다루더라도 학생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상이한 견해가 공존할 수 있으며, 교사가 다양한 관점을 균형 있게 제시한다고 인식되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런 조건에서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는 학생에게 부담스러운 권위적 상호작용이 아니라 민주적 학습 경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교육정책은 교사의 정치적 대화를 무조건 제한하는 방향이 아니라, 논쟁적 이슈를 교육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제도적 가이드라인과 교실 토론 규범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한국 청소년 시민교육 논의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정치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종종 충돌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연구의 결과는 문제의 핵심이 정치적 대화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 대화의 민주적 조건에 있음을 보여준다. 교사와 학생이 정치적·사회적 현안을 논의할 수 있더라도, 그 과정이 권위적이거나 일방적이면 정치적 관심을 높이기 어렵다. 반대로 학생의 의견 표현과 이견의 교환이 보장되는 개방적 교실에서는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가 정치적 관심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청소년 시민교육의 과제는 정치적 대화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대화가 민주적 학습으로 전환될 수 있는 교실과 제도를 만드는 데 있다.

이 연구는 교사와의 정치적 대화가 청소년 정치적 관심을 자동으로 높인다는 단순한 기대를 수정한다. 부모와 친구와의 대화는 정치적 관심과 긍정적으로 연결되지만, 교사와의 대화는 한국의 제도적·교육적 맥락 속에서 부정적으로 경험될 수 있다. 그러나 개방적 교실 토론 분위기가 높을 때 그 부정적 관계는 완화되고 긍정적 관계로 전환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시민교육과 정치교육의 핵심 과제는 교사의 정치적 발언을 무조건 금지하거나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발화권, 다양한 관점의 제시, 논쟁적 이슈에 대한 교육적 가이드라인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이 정치를 부담스러운 금기 영역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공적 문제로 경험하게 만드는 출발점이다.

📄 논문: https://doi.org/10.21051/PS.2026.04.34.1.5
💬 AI PEN 콘텐츠 허브: https://linktr.ee/aipen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