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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대자보 도시’ 예산 사실상 실종… “전략사업 0.3%, 포기 선언 아냐”

육태훈 기자 | 2025.12.09 | 조회 10

박필순 의원, 예결위 심사에서 강력 질타… “예산 없는 정책은 공허한 구호일 뿐”

광주광역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 도시’ 정책이 2026년도 본예산에서 사실상 사라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2월 8일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박필순 의원은 대자보 예산 438억 원 중 70% 이상이 경직성 경비로 채워지고, 신규 전략사업은 0.3% 수준에 불과하다며 강기정 시장의 역점 정책이 ‘껍데기 예산’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로 다이어트 예산 전액 불용, 타랑께 활성화 예산 전액 삭감 등을 사례로 들며 “사실상 정책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광주시는 최근 몇 년간 ‘대자보 도시’ 구현을 핵심 시정철학으로 제시해 왔다. 이는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 구조 전환, 자전거 인프라 확대,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 등을 통해 도시 이동성을 개선하고 친환경적 교통체계를 확립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보도자료의 상단 이미지에서도 ‘시민이 넣으면 시가 빼고 함께하는 진심광주’라는 슬로건과 함께 대자보 정책이 주요 시정 방향 중 하나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2026년도 본예산 심사에서 드러난 실상은 계획과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박필순 의원은 대자보 예산 438억 원이 편성됐다고 홍보했지만, 정작 전략적 신규사업에 해당하는 비중은 0.3%(약 1억 3000만 원)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2건은 시민참여예산으로 분석됐다고 지적했다. 즉, 시가 새롭게 추진하려는 대자보 관련 사업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박 의원은 이와 같은 예산 구조가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자보 정책은 시민의 공감과 설득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신규사업 설계조차 부재한 상황은 추진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산 구성의 비효율성도 문제로 떠올랐다. 박 의원 분석에 따르면 전체 대자보 예산의 70% 이상(294억 원)은 저상버스 도입, 교통약자 이동지원수단 운영 등 매년 반복되는 경직성 경비로 채워져 있다. 이들 항목은 대자보 정책의 기본적 요소이긴 하지만, 광주시가 발표한 도시 전환 전략의 핵심이라고 보기 어렵다. 대자보 도시 정책이 단순히 기존 사업을 예산 항목에 나열한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도로 다이어트’와 ‘타랑께 자전거 정책’은 사실상 전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도시철도 복구 시점에 맞춰 도로를 재편하겠다며 편성했던 도로 다이어트 예산 30억 원이 설계조차 못 하고 전액 불용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주거지 생활도로 개선, 도심 보행환경 강화 등 시민 체감도가 높은 사업이 계획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걷고 싶은길 RE100’ 프로젝트 역시 답보 상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해당 사업은 보행 중심 도시로 전환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지만, 예산과 추진 속도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이 문제를 강조하며 “대자보 정책의 핵심 영역이 모두 멈춰선 셈”이라고 비판했다.

타랑께(공공자전거) 정책 후퇴는 시민 선호도와 배치된 결정으로 분석됐다. 박 의원에 따르면, 시민 여론조사에서 62%가 타랑께 재운영에 찬성했음에도 활성화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공공자전거는 도시 모빌리티 전환을 위한 대표적 수단임에도, 신규 자전거 정책조차 실종되면서 시의 자전거 정책 의지가 의심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 의원은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 정책은 공허한 구호일 뿐”이라고 단언하며, 현 상황은 대자보 도시 정책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대자보 모델을 제시하고, 재정 운영의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도자료 이미지에서도 그의 발언이 강조점과 함께 시각적으로 제시돼 있으며, ‘도로 다이어트 예산 전액 불용’ ‘타랑께 예산 전액 삭감’ ‘신규 전략 정책 실종’ 등의 문구가 명시돼 있다.

박필순 의원의 문제 제기는 광주시의 대자보 도시 정책이 예산 편성 과정에서 실질적 동력을 상실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예산 438억 원 중 대부분이 경직성 경비에 머물고 신규 전략사업은 사실상 실종된 상황에서, 대자보 정책이 ‘도시 전환 전략’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향후 예산결산특위의 심사 과정과 시의 예산 재조정 여부는 정책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박 의원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대자보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며 재정 운영의 원칙 확립을 촉구했고, 대자보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효과성은 향후 시의회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광주시가 정책 의지를 재확인하고 실질적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