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5일, 서울시의회 김형재 의원(국민의힘, 강남2)은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한 국기관리 실태점검 결과를 인용해 서울 시내 초·중·고교 150개교 교실에 태극기가 게양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광복 80주년이라는 역사적 해를 계기로 국기 게양의 전면 시정을 촉구했으며, 법령상 의무사항 미이행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정치적 상징 조작과 교육현장의 현실 간 괴리를 드러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형재 의원은 올해 2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한 시정질문을 통해 교실 내 태극기 미비치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이후, 교육청으로부터 ‘2025년 상반기 국기관리 실태 점검 결과’를 보고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관내 1,337개 초·중·고·특수·각종학교 중 11.2%에 해당하는 150개교에서 태극기가 교실 내에 게양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이를 ‘법령 및 조례 위반’이라 명시하며 조속한 시정과 함께 낡은 태극기의 전면 교체도 요구했다.
표면적으로는 국기법(대한민국국기법)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따른 법적 의무 불이행 문제를 짚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행 국기법 제8조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및 각급 학교 등에 국기의 게양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미이행할 경우에는 행정지도가 가능하다. 그러나 국기법은 ‘게양의 의무’를 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교실 내 설치’를 명문화하고 있지는 않다. 서울시 조례 역시 국기 게양에 대한 권장적 규정에 그친다는 점에서, 김 의원의 지적이 실질적 위법 행위로 단정되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 의원은 교육환경 변화에 따라 전자칠판 도입 등으로 태극기 설치 공간이 줄어든 현실을 ‘이해는 하지만 정당화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디지털 교육기기 보급, 공간 재배치, 교실 내 시각 자료의 다양화 등으로 기존 방식의 태극기 게양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은 점검 과정에서 즉시 시정을 지시했고, 일부 학교는 후면 설치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학교도 연내 태극기 비치를 완료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이 문제를 “학생들의 국가 자긍심과 자유민주주의 정체성 함양의 출발점”이라 표현하며, 단순한 규정 위반이 아니라 ‘국가교육의 본령’으로 승격시켰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교육 현장의 자율성과 교사의 전문성보다는 상징 조작과 국가주의적 시각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특히 교육 내용과 방법에 대한 정치권 개입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교육철학 측면에서도 교실 공간을 국기 게양의 수단으로만 접근할 경우, 학생의 자율적 시민의식 형성이라는 교육 목적과 충돌할 수 있다.
또한 이번 문제 제기가 2025년 광복 80주년이라는 역사적 의미에 기댄 정치적 상징 강조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 의원은 통일안보포럼 대표의원 및 통일안보지원특별위원장 등 안보 이슈를 중시하는 입장을 꾸준히 유지해 왔으며, 이와 같은 이력이 이번 사안 제기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보수 정체성과 연결된 상징 조작이 교육현장의 복잡성과 무관하게 ‘국기 게양’이라는 일률적 접근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비슷한 논쟁은 이미 과거에도 있었다. 2000년대 중반 교실 내 조기 게양 방식이나 국기 의례 의무화를 두고 교사노조와 보수단체 간 충돌이 있었으며, 당시에도 ‘법적 의무’와 ‘교육 자율성’ 간 긴장관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이나 일본 역시 공립학교에서 국기 게양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학내 공간 구성 및 수업 특성에 따라 유연한 적용이 일반적이다. 서울시처럼 교실 단위까지 세부 규제를 시도하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김 의원의 주장에는 ‘규범 강화’와 ‘상징 강조’라는 정치적 목적이 내포되어 있으며, 이것이 교육현장의 실천성과 충돌할 때 나타나는 한계를 무시한 측면이 있다. 태극기 게양이 중요한 교육적 요소일 수 있음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것이 자율성과 현장 맥락을 배제한 채 이뤄질 경우, 오히려 교육 본질을 해칠 수 있다는 역설을 야기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연내 태극기 비치를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며, 추가 점검도 예고되어 있다. 그러나 단순한 점검 및 시정 차원을 넘어선 정치적 요구가 반복될 경우, 학교 자율성과 정책적 균형의 파열음이 커질 수 있다. 김 의원의 문제 제기는 교육청의 행정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성과로 볼 수 있으나, 광복 80주년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에 기대어 교육현장을 지나치게 규범화하려는 시도는 재고가 필요하다. 향후 서울시의회와 교육청 간 정책 조율 과정에서 교육적 자율성과 법적 책무 간의 조화로운 기준 마련이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광복 80주년 앞두고 서울 학교 150곳 ‘태극기 미게양’…법적 의무 이행 실태 도마 위에
서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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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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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재 서울시의원, 교육청 실태조사 토대로 ‘국기법 위반’ 지적…상징성 내세운 정치적 압박 논란
서대원 기자 | aipen.dwse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