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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없이 강행된 한강버스 정식운항, 서울시 행정 책임 도마 위에

육태훈 기자 | 2025.09.30 | 조회 67

문제 선박 정식투입·시범운항 후행…서울시의원 “시민은 행정 실험 대상”

서울시가 추진한 한강버스 사업이 충분한 검증 없이 정식운항을 먼저 강행한 뒤, 뒤늦게 시범운항에 들어간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영실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중랑1)은 2025년 9월 30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가 사전 검증 없이 선박을 투입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도, 마치 시민이 시험 대상이었던 것처럼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라는 이름으로 추진한 수상교통 사업이 정책 설계의 허점과 무리한 강행으로 인해 시민 불편과 불신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해당 사업은 마곡에서 잠실까지를 연결하는 수상 교통망 구축을 골자로 하며, 하이브리드·전기 선박을 투입해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 아래 출발했다. 그러나 사업 시행 초기부터 고장, 지연, 긴급접안 등 문제가 연속 발생하면서 서울시의 정책 추진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핵심 문제는 검증보다 운항이 먼저였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시민 안전을 위해 충분한 시범운항이 필요하다는 의회의 수차례 권고에도 불구하고, 운항이 가능한 선박이 도착하자마자 정식운항을 개시했다. 이에 대해 이영실 의원은 "사전에 운항 데이터를 확보하고 시스템을 점검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문제"라며 "정작 시민을 대상으로 시험운항을 진행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정식운항 이후에도 문제는 이어졌다. 엔진 고장 및 전기계통 오류로 선박이 강 한가운데서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고, 폭우와 댐 방류에 따라 전체 운항이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서울시는 당초 마곡~잠실 구간을 75분 내 주파할 수 있다고 홍보했으나 실제 소요 시간은 127분으로 지연되었고, 정류장 접안까지 지연되며 추가 대기 시간이 발생했다. 이러한 불일치로 인해 시민들의 불만이 폭증했고, 결국 서울시는 정식운항을 중단하고 승객 없는 시범운항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선박의 안전성과 공급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서울시는 “시민 세금은 투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SH공사의 출자금이 투입된 공공사업으로 분류된다. SH공사는 서울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사실상 시민 세금이 사용된 셈이다. 이영실 의원은 “민간 합작이라는 외형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하며, “서울시는 거짓을 거짓으로 덮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선박 투입 과정에서도 불투명한 점이 존재한다.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하이브리드 선박 4척을 6개월간 시험운항한 후 정식운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시험운항이 이뤄진 선박은 2척에 불과하며, 문제의 3·4호선은 운항 시작 2일 전인 9월 16일 한강에 인도되었다. 특히 이 두 선박은 과거 안전성 문제로 논란이 되었던 업체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시민 불안을 더욱 증폭시켰다. 시범운항도 없이 바로 투입된 이들 선박은 시민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 ‘예견된 위험’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겨울철 운항 계획이다. 수온 저하와 기상 악화로 인해 안전사고 가능성이 커지는 시기에도 서울시는 한 달간의 시범운항만으로 안전성 검증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형식적 시범운항으로는 부족하며,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전면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안전성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밀어붙인 서울시의 방식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시가 반복적으로 보여준 졸속 행정에 대한 시민 불신은 누적되어 왔다. 한강버스 사업이 당초 기획 의도대로 시민 편의를 증진하고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행정의 신뢰성과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단순한 보완이나 개선 조치로는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시민 안전을 담보로 한 정책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서울시는 면피성 발언을 중단하고 책임 있는 사과와 철저한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 한강버스 사업은 실험적 도시정책 추진이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이 사업의 지속 여부와 운영 체계는 서울시의 후속 대책, 특히 외부기관의 철저한 안전성 검증과 행정적 책임 규명에 달려 있다.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정책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과의 신뢰 회복을 위한 전면 재검토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정책이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면, 그 수단은 시민의 안전과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